국지성 강풍 ‘양간지풍’ 계절… 산불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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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에서 발생한 산불은 산림 1만㎡를 태우고 2시간20여 분 만에 꺼졌다. 크지 않은 산불이었지만 소방 당국은 잔뜩 긴장했다. 초속 12~18m의 강풍 탓에 자칫 큰불로 번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봄철 강원도 영동에서는 산불 피해가 컸다. 1996년 4월 강원 고성 산불로 37.6㎢의 숲이 타버렸다. 2000년 4월에는 서울 면적의 40%에 해당하는 244.5㎢의 산림이 사라졌다. 2005년에는 낙산사가 한순간 잿더미가 되기도 했다. 양양~간성 지역에서 부는 국지성 강풍인 ‘양간지풍(襄杆之風)’ 때문이다. 강풍에 불씨가 하늘을 휙휙 날아다니며 옮겨 붙는다.

 양간지풍은 봄철 이동성 고기압이 우리나라 남쪽을 지나고 북쪽에 저기압이 자리 잡는 ‘남고북저’의 기압 배치 때 나타난다. 고기압에서 기류가 불어오면서 한반도에는 서풍이 분다. 태백산맥을 넘은 서풍이 영동지방으로 내려가면서 강풍으로 바뀌고 고온건조해진다. 여름철 태풍 수준인 초속 32m의 강풍이 분 적도 있다. 지난 9~10일 포항·울산의 큰 산불도 태백산맥을 넘은 서풍 탓에 크게 번졌다. 양간지풍과 닮은꼴이었다.

 13일 동해안에 눈이 내려 한숨을 돌렸지만 산불이 꼭 동해안에서만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이달 하순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 겠다는 게 기상청 전망이다. 작은 불씨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상황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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