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첨단기술] 거미줄로 옷을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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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미줄로 옷을 만든다?

거미가 자신의 몸에서 가느다란 실을 뽑아내어 집을 짓는 것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가는 실로 옷을 만들어 입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가졌을 것입니다.

실제로 프랑스의 생띨레르는 1709년에 거미줄로 양말과 장갑을 짜는데 성공하였습니다. 하지만 너무 가늘어 옷감의 재료로는 적합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어미 거미는 대개 1분에 5, 6피트의 실크를 분비합니다. 따라서 5000마리가 수명이 다할 때까지 뽑아내는 실을 모두 합쳐야 겨우 옷 한 벌을 짤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효용가치가 떨어졌습니다.

거미는 꽁무니에서 명주 모양의 실을 분비합니다. 거미의 실크는 누에의 명주실처럼 비단 옷의 재료로 개발되지 못했지만 보기 드문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침이슬로 반짝이는 거미줄을 보면 금방 끊어질 것처럼 약해보이지만 같은 무게로 견줄 때 강철보다 5배 정도까지 튼튼하며 방탄조끼 소재로 쓰이는 합성섬유인 케블라보다 단단합니다.

거미 실크는 상온 상압의 조건에서 천연 연료로 생산되며 케블라와 달리 생물 분해성이 있습니다. 미생물에 의해 무해한 물질로 분해되는 특성을 생물 분해성이라 하는데 요컨대 거미 실크는 합성섬유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거미 실크는 경제성 측면에서 사용가치가 없었으나 유전공학의 발달에 힘입어 대량생산의 길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거미줄의 인공 합성에 가장 투자를 많이 한 기관은 미국 육군. 군사용품에 필요한 신소재의 하나로 거미 실크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입니다. 1989년 거미 실크의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발견되면서부터 강철 못지 않은 생물재료라는 의미에서 생물강철(biosteel)이라 불리는 거미줄을 산업화하는 방법이 다각도로 개발되게 되었습니다..

만약 인공 거미줄이 생산되면 예상되는 용도는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이를테면 방탄복이나 낙하산 등 군사용품이나, 현수교를 공중에 매달 때 강의 양쪽 언덕에 건너지르는 사슬의 재료로 사용될 수 있으며 인공힘줄, 인공장기에서 수술부위를 봉합하는 시트에 이르기까지 의료부문에서도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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