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죽었던 바르샤의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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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메시가 13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AC 밀란과의 경기에서 두 골을 작렬시키며 4-0 승리를 이끌었다. [바르셀로나 로이터=뉴시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토너먼트에 올라간 팀들의 전력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보면 된다. 큰 점수 차를 내기 어렵고, 1차전 열세를 딛고 승부를 뒤집기는 더 힘들다. 하지만 ‘축구의 신들이 모인 축구팀’ 바르셀로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FC 바르셀로나(스페인)는 13일(한국시간) 바르셀로나 캄프누에서 열린 AC밀란(이탈리아)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16강 홈 2차전에서 4-0 완승을 거뒀다. 지난달 21일 원정 1차전에서 0-2로 패한 바르셀로나는 1·2차전 합계 4-2로 8강에 진출했다. 리오넬 메시(26)는 두 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했지만 실질적으로 승리를 지휘한 건 ‘패스 마스터’ 사비 에르난데스(33)였다.

 바르셀로나는 끊임없이 패스를 주고받다 상대 허점을 무너뜨리는 킬패스 한 방으로 골을 넣는 팀이다. 메시의 돌파 못지않게 볼을 전달하는 미드필더 역량이 중요하다. 중심에는 중원의 지휘자로 활약 중인 사비가 있다. 바르셀로나의 레전드 요한 크루이프는 “사비는 메시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세계 최고”라고 말한다.

 16강 1차전에서 0-2로 완패할 당시 사비는 허벅지 뒷근육 부상이 완쾌되지 않은 채 경기에 나섰다. 전방으로 나가는 사비의 패스가 실종되니 덩달아 메시도 침체됐다.

사비

 부상을 털어낸 사비는 이날 경기의 흐름을 조절하며 승리를 주도했다. 팀의 패스 730개 중 120개가 사비의 발을 거쳤다. 여기에는 골로 연결된 킬패스 2개도 포함됐다. 사비는 전반 5분 아크 부근에서 자로 잰 듯한 2대1 패스로 메시의 선제골을 도왔고, 2-0으로 앞선 후반 10분 중앙에서 날카로운 침투패스로 다비드 비야의 추가골도 어시스트했다.

 사비를 중심으로 바르셀로나 특유의 ‘티키타카(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 축구가 완벽히 구현됐다. 볼 점유율도 65대35로 AC밀란을 압도했다. 최근 잠시 주춤했던 메시도 물 만난 고기처럼 수비를 마음껏 헤집고 다녔다. 바르셀로나는 메시가 두 골, 비야와 조르디 알바가 한 골씩 넣었다.

 한편 갈라타사라이(터키)는 샬케04(독일)를 3-2로 꺾고 1·2차전 합계 4-3으로 8강에 진출했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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