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연구개발상’은 승진 보증수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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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왼쪽 첫째) 회장이 13일 LG전자 서초R&D캠퍼스에서 열린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서 LG전자 MC 연구소 하정욱(맨 오른쪽) 상무로부터 LTE 스마트폰의 기술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LG]

LG화학 김공겸(44) 부장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서 빛을 내는 핵심 소재인 ‘정공수송물질’의 새로운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OLED 패널에 적용할 경우 발광효율이 25% 이상 향상된다. 김 부장은 LG연구개발상을 수상하면서 부장 진급 2년 만에 임원급인 연구위원으로 발탁 승진했다.

 LG CNS의 김혜진(36) 책임연구원은 스마트폰·태블릿·PC 화면 크기에 맞춰 신속하게 자동 변환되는 ‘반응형 웹 사용자환경(UI)을 적용한 모바일 크로스플랫폼 솔루션’을 개발해 LG연구개발상 수상자에 선정됐다. 김 연구원 역시 차장급으로 승진한 지 2년 만에 부장급으로 발탁됐다.

 LG그룹이 매년 진행하는 연구개발성과보고회가 연구원들의 발탁 승진장으로 변했다. LG는 13일 서울 양재동 LG전자 서초R&D캠퍼스에서 열린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서 ‘LG연구개발상’을 수상한 연구개발 책임자들을 전원 승진시키기로 했다. 12명의 연구개발 책임자는 임원급 대우를 받는 연구·전문위원으로 발탁되며, 7명의 책임연구원 또는 차장급 책임자는 수석연구원과 부장급으로 각각 승진시키기로 했다. 25명의 수상자 가운데 연구개발 책임자가 이미 연구위원급이어서 별도의 보상을 받는 6명을 제외하면 연구개발 책임자 전원이 조기 승진하는 셈이다. 지난해까지는 발탁승진 대상이 수상자 일부에 그쳤다. 올해처럼 수상팀 전원을 발탁한 것은 1982년 LG연구개발 시상식이 진행된 지 32년 만에 처음이다.

 이는 구본무(68) LG 회장이 지난해 말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선 연구개발(R&D) 여건 개선이 시급하다”며 “임원급 대우를 받는 연구위원을 확대하는 등 파격적인 보상을 할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구 회장은 올 1월에도 국내 대학에서 공부하는 석사·박사급 R&D 인재 500여 명을 초청한 ‘LG 테크노 콘퍼런스’에 참석해 인재 채용에 직접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LG는 R&D인력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사내 핵심 인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연구·전문위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그룹 내에서 200여 명의 연구·전문위원이 활동 중이다. LG 관계자는 “연구·전문위원 가운데 차별화된 기술력과 역량이 인정될 경우 정년을 보장하고, 탁월한 시장 선도 성과를 창출할 경우 사장급 수석 연구·전문위원까지도 승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이날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 참석해 10개 계열사의 70여 개 핵심 기술을 4시간에 걸쳐 꼼꼼하게 살폈다. LG연구개발상을 수상한 과제 가운데 LG디스플레이의 ‘대면적 OLED 기술’과 LG전자의 ‘100인치 초단거리 광학시스템 기술’이 구 회장의 눈길을 끌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화면 OLED 디스플레이 생산을 위한 핵심 원천기술을 세계에서 처음 개발해 55인치 OLED TV 패널 양산에 성공했다.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단거리 광학시스템은 프로젝터와 벽면 사이에 14㎝의 거리만 확보되면 100인치 크기의 영상을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이다.

 구 회장은 LG연구개발상 수상자들에게 “한발 앞서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만들어내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계열사의 인재들이 역량을 모아 R&D 시너지를 내달라”며 “나를 비롯한 경영진은 연구원 여러분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당부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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