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적진에선 ‘가벼움’이 철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제4보(40~53)=중국기사 명부를 찾아보니 응씨배를 우승한 판팅위가 9단이 돼 있더군요. 중국은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면 바로 9단이 됩니다. 그 룰 때문에 1996년 8월생인 판팅위는 ‘세계 최연소 9단’이란 기록을 세웠습니다. 중국에는 전국체전 격인 ‘지력 운동회’란 게 있는데요, 판팅위는 이미 2년 전 그 지력운동회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지난해엔 중국 신인왕전에서 우승해 일찌감치 싹수를 보였지요.

 세계대회 우승은 실력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닙니다. 프로들 사이에선 강자로 잘 알려진 천야오예 9단은 결승전에 가면 매번 물을 먹지 않습니까. 그 점에서 최철한 9단은 할 말이 있는 기사지요. 5회 응씨배 때 결승전에서 창하오 9단에게 진 뒤 최철한은 깊은 슬럼프에 빠졌지요. 이대로 가나 보다 싶었습니다. 한데 6회 응씨배에서 우승하며 다시 살아났지요. 사실은 이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지요.

 우상에서 백이 고분고분했던 것은 40의 축머리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41로 받을 때 42로 파고들어 수습한다면 이곳의 방대한 흑진도 크게 걱정할 건 없다는 계산이지요. 하나 47의 절호점을 얻어맞고 보니 우변 흑진이 뭔가 기세등등해진 분위기입니다. 뭐가 잘못됐을까요. 정수로 보이는 46이 무거웠던 겁니다. 박영훈 9단은 ‘참고도’ 백1에 둬야 했다고 말합니다. 적진에선 모름지기 가벼워야 합니다. A의 약점이 보이지만 B로 돌파해 바꿔치면 됩니다. 47에서 흑은 우세를 확실히 잡았습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 [바둑] 기사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