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목, 뇌기능 손상 의심해봐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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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성모병원 허륭 교수(왼쪽)가 환자에게 근육긴장이상증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인천성모병원]

김경운(29·인천 부평구)씨는 앞을 볼 때 몸통을 살짝 비튼다. 머리가 기울고 목이 왼쪽으로 돌아가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목 근육이 뻣뻣해지면서 찌릿한 통증이 온 뒤 증상이 갑자기 심해졌다. 여러 병원을 옮겨다니며 치료를 받았지만 원인조차 알 수 없었다. 밥을 먹거나 똑바로 걷는 일상생활도 힘들다. 김씨를 더 괴롭히는 건 스트레스다. 취업을 해야 할 나이지만 뭇시선 때문에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렵다. 은둔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김씨는 최근 이 병이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목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사경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잘 조절되지 않는 ‘근육긴장이상증’의 대표 증상이다.

인천성모병원 허륭(신경외과) 교수는 “전문가가 많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아 뇌성마비나 뇌졸중으로 오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병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근육긴장이상증으로 진료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7년 1만7556명이던 환자 수가 2011년에는 2만9756명으로 70%나 늘었다. 허 교수는 “김씨와 같은 은둔형을 감안하면 실제 환자 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 근육에 이상 땐 목소리도 안 나와


근육긴장이상증은 근육의 수축·긴장을 조절하는 뇌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허륭 교수는 “뇌에서 운동근육의 세밀한 기능을 제어하는 기저핵이 손상됐기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기저핵이 손상되면 근육운동이 조절되지 않아 움직이려는 근육 대신 엉뚱한 근육이 수축한다. 또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면서 이완돼야 할 때도 제멋대로 수축한다. 힘이 들어간 상태가 지속되면 근육이 떨려 경련이 오고, 뭉친 근육 때문에 통증이 발생한다.

근육이 있는 곳은 어디든 근육긴장이상이 발병할 수 있다. 전신에 발생하기도 하고, 손이나 얼굴 같은 특정 부분에만 나타나기도 한다. 글씨를 쓰거나 악기를 연주할 때 손과 팔의 근육이 경직되고 떨린다. 목 근육이 영향을 받으면 목소리가 안 나오기도 한다. 눈 주위 근육에 이상이 생기면 눈을 자주 깜박이고, 턱과 혀에 힘이 들어가면서 안면경련으로 나타난다. 가장 흔한 증상은 김씨처럼 목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사경증이다.

치료 미루다 우울증으로 번질 수도

근육긴장이상증은 치료 효과가 높다. 하지만 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방치한다. 허륭 교수는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사회생활이 힘들고,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이 나타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환자도 있다는 것. 사경증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능신경외과 전문의를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라면 보톡스 주사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본다. 보톡스는 근육신경을 차단해 증상을 완화한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맞으면 몸에 면역 반응이 생겨 효과가 떨어진다. 수술치료는 두 가지가 있다. 말초신경절제술과 뇌심부자극술이다. 말초신경절제술은 근육을 지배하는 말초신경을 잘라낸다. 문제는 수술이 복잡해 말초신경이 다칠 우려가 있고 통증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점이다.

최근에는 초소형 의료기기를 뇌에 삽입해 특정세포에 전기자극을 주는 뇌심부자극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신경을 잘라내거나 뇌세포를 파괴하지 않는 보존적 치료다. 허륭 교수는 “문제가 생기거나 더 발전한 치료 방법이 나왔을 때 이식했던 기기를 제거하면 되므로 환자에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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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기자 tia@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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