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경제전망 낙관…월드컵·엔저 대책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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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은 올해 경영환경을 낙관하고 있으나 월드컵축구대회를 사업기회로 활용할 의지가 부족하고 엔화약세에 대한 준비도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성)는 최근 서울시내 제조업체 220여개사를 대상으로 `2002년 기업경영계획'을 조사.분석한 결과 올해 경영여건이 `작년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47.9%, `작년과 비슷할 것' 40.8%, `나빠질 것' 11.4%등으로 집계됐다고 16일 밝혔다.

특히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올해 경기를 더욱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업들의 경영여건 호전 전망근거는 경기회복 가능성(54.4%), 월드컵 개최(16.3%), 자금사정 호전(14.1%), 중국특수(4.4%)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기업경영의 걸림돌로는 불황지속 가능성(38.9%), 환율변동(19.9%), 선거로 인한 정책혼선(11.5%)을 주로 들었고 미국 테러사태의 영향(5.1%)은 낮게 나타났다.

월드컵 개최에 따른 경제유발효과가 경영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보는 기업은 전체의 88.6%에 달했으나 이를 상품홍보, 시장개척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려는 업체는 23.2%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경제악재로 주목받고 있는 엔화약세로 이미 50.3%에 달하는 수출업체가 물량감소 등의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수출기업들의 대부분(78.1%)이 엔화절하에 대한 대책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정책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와 관련,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과제로 수출대책(32.1%), 재정정책(26.2%), 자금시장 원활화(23.6%), 규제완화(16.6%), 기타(1.0%) 등의 순으로 꼽았고 대기업은 규제완화(32.1%)를, 중소기업은 수출대책(37.8%)을 각각 최우선 과제로 들었다.

대한상의 이현석 이사는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하려면 수출확대가 관건이나 해외동향이나 업계사정이 여의치 않아 걱정"이라며 "월드컵 개최를 수출증대로 연계시키고, 엔화약세의 영향을 흡수할 수 있는 당국의 정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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