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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역사적 현실」|자성하고 다듬어가는길|그게 생동하는 작가정신|중요한건 전체적인 안목이나 관점보다|부부부부에 임하는 개개의 「액투얼리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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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앙일보가 창간1주년을 기념하여 마련한 논문 「시리즈」 한국·한국인 (9월22일부터 11월2일까지 6회로연재)은 여러가지 중대한 문제들을 던져주었다.
그중에서 특히 나의 관심을 끈 송욱의 「작가정신과 역사의식」은 씨가 유사근대라고 부르고있는 우리 상황속에서의 지식인의 양심의 소리를 대표적으로 나타내 보여주고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와 문화를 전제적으로 부감하면서 이렇다 저렇다하는 것에 이젠 신물이 난다고 생각되는 것온 나만의 치당일까. 가장 요긴하게 있어야할 「액투얼리티」의 결여를 씨에게서 보는것은 나의 어린 연치 탓일까.
씨는 부분을 아무리 보태보아도 하나의 전체라는 전망은 얻지 못한다고 하였는데 내 생각은 여기서부터 씨의 생각과 갈려지는 것 같다.
『전체적구조를 마련해야할 책임을 지고있다』
『우리의 역사적 현실을 바탕으로 문학의 존엄성이 인간의 존엄성과 일치한다는 높은 작가정신이 없는한 결국 세상은 무두 그게 그거가 되며 작가자신이 맨먼저 문학을 부정하고 말것이다』
이의없이 옳은 얘기다. 그러나 중요한것은 그의 문제일 것이다.
과연 그러한 작가정신은 실제로 무엇에 뿌리를 박고있으며, 어디서 자양의 공급을 받으며 그작가정신이 이어려운 우리의 조건속을 흔들림이 없이 유지되어 나가려면 무엇에 기대어 있어야하는 것일까. 씨의 말대로 「역사적현실」이다. 그렇다면 역사적 현실이란 실제에 있어서 무엇인가.
흔히 자명한것으로들 알고있지만, 자칫 경직화하기 쉬운 이 역사적 현실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씨가 인용한 몇행 안되는 만해 한용운의 시에서 씨뿐만아니라 우리 모두가 찌르르하게 오장을 비우는것은, 만해가 당시의 역사적 현실을 전체의 국면에서 부감하면서 살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보다는 더 민족비운의 한부분, 극히 작은그 자신의 몫을 절실하게 성실하게 산데서가 아니었을까.
만해의 경우에서의 역사적 현실은 그의 바깔에만 있는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내부속으로 깊이 들어와있는 그자신만의 절실한 무엇이기도 했을 것이다.
우리의 현조건을 다른호조건들과 비교해서 그전체의 분수를 부감하고, 혹은 진단하고 해보아야 우리의 폐쇄구조를 재삼 냉청하게 확인하고, 그 다음은 하품을 할길 밖에 안남는다.
차라리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안목이나 전체적인 시점이 아니라, 부분부분에 임하는 개개의 「액투얼리티」 이다.
우리 눈앞에서 매일매일 벌어지고있는 개개의 사태, 개개의 국면에 인해서 각자의 자세를 되돌아보고 자성하고 끊임없이 다듬어가는 길, 최소한 그것이 생동하는 작가정신을 유지해가는 길이며 바로 작가의 역사적 현실일 것이다.
이상은 씨에게보다 도리어 나자신에게 새삼 다지고싶은 얘기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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