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속의 처녀특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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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가시내야, 왜 그렇게 소식이 없니? 이번 토요일날은 꼭 놀러와. 4시에 광주여객 「버스」 정류소에서 기다릴게.』「숙」의 간절한 편지를 받고 토요일 오후1시에 집을 나서기로했다.
그날따라 점심이 늦어서 자동차의 좌석이 있을까 하며 안절부절못하는데 사촌오빠가 『처녀들은 자동적으로 좌석이 있기 마련이니 천천히 가라』하며 놀리는걸 귓전으로 들으며 「피! 내가 뭐 처년가』하고 쏘아주고선 정류소로 급히 발을 옮겼다.
오후1시에 차가 출발하는데 1시10분전에 차에 올랐으니 좌석이 남아있을리 없었다.
하는수 없이 서서 가야겠구나 하고 서있는데 30세쯤 되어보이는 남자분이 『처녀, 여기앉지』하며 옆에 놓았던 가방을 비켜주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좌석에 앉았다. 18세인 내가 벌써 처녀가 되었나하고 생각하니 괜히 얼굴이 붉어졌으며 사촌오빠의 놀리며 하던 소리가 다시한번 나의 뇌리를 스쳤다.
찻속에서 좌석따위를 양보받는게 처녀의 특권이라고 할수 있을까? 좀더나은 특권이 부여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김정자·18세·목포시산정동1구24반·강승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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