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 완연한 강남 재건축에 난데 없는 '시공사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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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2차 아파트가 지난달 시공사 선정 무효 판결을 받은 이후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판결 이후 상황이 비슷한 단지들도 '시공사 선정이 무효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어서다.

특히 신반포2차가 판결을 받은지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반포주공1단지 마저 시공사 선정은 무효라는 구청의 해석에 패닉에 빠졌다. 각 단지와 종전까지 시공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던 건설사들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문제의 핵심은 재건축 사업의 근간이 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이다. 이 법은 2002년 12월 만들어졌다.

도정법에 따르면 시공사를 선정할 때 아파트 소유자 절반 이상(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법이 생기기 이전에는 대부분 재건축 단지들이 과반이 아닌 총회 참석 주민의 절반 이상의 동의만 받았다. 이후 추가로 동의서를 걷어 동의를 얻은 뒤 과반을 채웠다.

개포, 잠실 등 비슷한 처지

다만 경과 규정에 따라 법 시행 이전에 시공사를 선정한 단지는 주택 소유자의 과반 동의를 얻었을 경우 시공사 지위를 인정하도록 했다.

신반포2차의 경우 2001년 12월 조합창립총회에서 전체 소유자 1572명 가운데 총회에 참석한 1100명 중 635명의 동의를 얻어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조합원의 절반은 786명으로 시공사 선정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부 소유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시공사를 다시 뽑아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이에 따라 10여년을 끌어오던 신반포 2차 재건축사업은 또다시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 선정이 무효가 되면서 바뀐 도정법에 따라 조합 설립, 사업 승인을 받은 후에나 시공사를 다시 선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합설립~시공사 선정까지는 빨라도 1년 이상 걸린다.

도정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시공사를 정한 다른 단지에도 비상이 걸렸다. 과반 동의 요건을 채운 곳이 많지 않아서다. 이 문제로 송사가 벌어지면 시공사 선정이 무효로 돌아갈 수 있다. 개포주공 1~4단지, 개포시영, 잠실5단지, 일원현대, 반포한양, 은마아파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건설사 간 시공권 쟁탈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회사의 시공권을 빼아시기 위해 일부 조합원을 앞세워 시공사 선정 총회 무효소송을 내는 사례가 나올 수 있어서다.

이렇게 될 경우 사업은 더 늦어질 수 있다. 조합원 간 이견 차이로 내분이 격화할 수 있는 데다 시공사를 바꾸게 되면 그동안 조합이 빌려 쓴 사업비 등의 정산 문제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 서울 강남 재건축 예정 단지들이 시공사 선정 무효 판결로 인해 불안에 떨고 있다. 사진은 서초구 반포동 재건축 예정 단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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