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사랑 토스 행복 스파이크 배구커플 애정만세!

중앙일보

입력

배구 코트의 유일한 부부 현역선수 김철수(한국전력)와 김남순(한국담배인삼공사).

부부는 서로 닮아간다는데 이 커플은 1970년생 개띠 동갑내기라는 점 이외에는 사뭇 딴판이다.

시원한 헤어스타일(?)의 김철수는 특유의 넉살로 하루에도 여러번 주변 사람들의 웃음보를 터뜨린다. 반면 '깔끔을 떤다'는 소리를 듣는 김남순은 최대한 말을 아낀다.

배구 스타일도 판이하게 다르다. 센터 김철수가 바지런히 코트를 뛰어다니는 '살림꾼'이라면 라이트 김남순은 화끈한 백어택까지 구사하는 '주포'다.

벌써 결혼 4년째인데 비슷해진 구석이 없을까.

김철수는 곰곰 생각하더니 "저는 총각시절 지저분했는데 이젠 말끔해졌고, 집사람은 가끔씩 농담도 하게 됐죠"라고 답했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을 앞둔 태릉선수촌. 당시 배구 남녀 대표팀으로 선발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게 됐다.

첫 인상이 어땠을까.

"기억이 잘 안 나네요(웃음). 이해심 많고 야무져보였죠."(김철수)

"서글서글한 첫인상이 좋았어요."(김남순)

처음에는 다른 또래들과 함께 어울려다녔으나 점차 그 횟수가 줄고 대신 둘이서만 만나는 횟수가 늘어났다. 먼저 사랑의 스파이크를 날린 건 역시 남자쪽. 96년 3월 1일 김남순을 카페로 불러낸 김철수가 대뜸 "우리 진지하게 사귀자"고 말했다.

김남순은 평소 장난끼 많은 김철수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였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이번에는 진심이었다. 두 사람은 98년 백년가약을 맺었고, 1년 뒤 세연이가 태어났다.

부부는 사랑을 처음 확인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집과 휴대폰 전화번호의 마지막 네자리를 모두 9631로 맞췄다.

결혼 2년째인 2000년에 김남순은 "다시 배구를 하고 싶다"고 김철수를 졸랐다. 김남순은 97년 소속팀 한일합섬이 해체되는 바람에 본의아니게 코트를 떠나야 했다. 모두들 "애까지 낳은 몸으로 힘든 운동은 무리다"고 말렸지만 김남순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처음에는 반대했던 남편도 일단 마음을 바꾼 뒤에는 아내의 복귀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한전 체육관에서 수비 연습도 같이 하고 체력 보강을 위해 보약도 지어줬다.

"참 독하게 하더군요. 밤늦도록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데… 아무리 그만하라 해도 듣지를 않아요."(김철수)

"운동를 그만둔 뒤로는 몸이 여기저기 결렸어요. 그런데 다시 운동을 하니까 씻은 듯이 나아지는 것 있죠."(김남순)

각자 상대방의 배구와 관련한 장단점을 지적해보자고 했다. 김철수는 아내의 이런저런 기술적인 측면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김남순은 배구에 대해서는 말을 삼가고 대신 "건강에만 신경써라"고 했다.

"저 사람은 원래 저래요. 하고 싶은 말을 은근히 돌려서 해요. 제가 술을 좋아하는데 이제는 그만 마시라는 얘기죠.고단수예요."

'배구 때문에 집안일에 소홀하다'는 말이 듣기싫어 김남순은 하루도 손에 물을 묻히지 않는 날이 없다. 전라도 출신답게 어깨너머 배운 솜씨지만 남도 음식의 구수한 맛을 제대로 낼 줄 안다.

새해 소망은?

"세연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거죠. 하나 더 보탠다면 집사람 팀이 올해에는 우승했으면 좋겠어요. 한일합섬 시절 LG정유의 그늘에 가려 만년 2위에 머물렀거든요."(김철수)

"남편이 오래오래 몸 건강히 뛰었으면 해요."(김남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