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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흥하고 망하는 건 리더십에 달려 대통령이 직접…"

중앙선데이

입력

“국가 흥망의 핵심은 리더십에 있습니다. 나라에 꼭 필요한 비전을 제시할 줄 아는 리더십이 있는 나라는 흥하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망합니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중앙SUNDAY 칼럼니스트로 변신해 우리 사회의 원로와 전문가들에게 미래 한국의 갈 길을 묻는 여정에 나섰다. 첫 번째로 만난 원로는 남덕우 전 총리다. 그에게서 얻은 키워드는 ‘리더십’이었다. 중앙SUNDAY가 창간 6주년 기획으로 마련한 ‘이광재가 국가원로에게 묻다’ 인터뷰 시리즈는 격주 간격으로 20회가량 연재될 예정이다. 인터뷰 대상은 보수·진보를 아우르는 국가원로와 각 분야 전문가를 망라해 선정된다. 원로 인터뷰에선 한국이 해결해야 할 현안과 지혜를 제시하는 한편 이를 오랫동안 다뤄온 전문가를 추가로 인터뷰해 함께 싣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려온 이 전 지사는 보수·진보의 이분법을 뛰어넘는 실사구시적 접근만이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란 취지에서 원로 인터뷰를 추진해 왔다. 고령과 노환 등을 이유로 언론 인터뷰를 피해온 원로들도 이 전 지사의 뜻에 동의해 흔쾌히 시간을 내줬다.

남덕우 전 총리는 박정희 정부에서 9년2개월간 재무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산업화 시대의 산증인이다. 이후 전두환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그는 90세의 고령임에도 한국의 미래 청사진 구상에 골몰해 왔다. 박정희 시대의 ‘경제 브레인’이었던 남 전 총리의 조언은 박근혜 정부가 막 출범한 시점이어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남 전 총리는 인터뷰에서 국가의 흥망성쇠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나라에 필요한 비전을 제시할 줄 아는 리더십’을 꼽았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에 필요한 비전은 ‘성숙화’라고 처방했다. 그는 “지금의 한국은 지도자와 국민의 비전이 일치했던 박정희 시대와 달리 방향이 단순명백하지 않아 성숙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와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책으로 ▶사회에 팽배한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고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를 최소화하고 ▶정책금융과 감세 등으로 투자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1000조원으로 추산되는 가계부채에 대해선 “정부가 상환 기한을 연장하고 금리를 내려주지 않으면 해소할 방법이 없다”며 “정부가 가계부채를 직접 매입해 소비를 확대시키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경기부양과 복지확대를 위해선 고소득층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며 정부도 적절한 한도 내에서 적자재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장기대책으로는 중소기업의 기술력 향상과 사회복지의 확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선 “동북아 4대 강대국과 한국이 지역안보협의체를 만들어 북한의 경제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전 총리가 인터뷰의 화두로 ‘리더십’을 제시함에 따라 이 전 지사의 인터뷰는 리더십 전문가인 송복 전 연세대 교수와의 대담으로 이어졌다. 송 전 교수는 “고구려·백제·신라 삼국 중 제일 약했던 신라가 통일의 주역이 된 건 김유신·김춘추라는 리더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리더는 국가 흥망의 알파요 오메가”라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시대의 한국은 고령화, 복지확대, 포퓰리즘적 민주주의 등 세 가지 문제가 복합된 ‘치명적 결합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이를 극복하려면 매년 4%대의 경제성장을 이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수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 전 교수는 “한국이 이런 위기를 돌파하려면 과감한 규제철폐와 교육개혁을 통해 2차 산업사회에서 서비스 중심의 3차 산업사회로 나라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이기에 유연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헌정사상 처음으로 야당과 허니문을 성사시키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북한이 핵을 실제로 쓰지는 못할 것이다. 경각심을 갖되 경제적인 교류는 계속해 남북 8000만 내수시장을 개발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이 계속 굶는다면 북한 체제가 100년은 더 갈 것인 만큼 북한에 식량을 줘서 주민들이 에너지를 축적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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