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인간과 생활|윤석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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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예술은 짧고, 인생은 길다』 이것은 1937년에 마해송 선생이 일본 동경에서 박외선 무용가와 결혼식을 올리셨을 때 축전을 친 전문내용이었다. 무용을 그만두는 것이 결혼조건이었기 때문에, 예술은 짧고 인생은 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6·25 동란이 끝난 뒤 마선생은 집에 들어앉아 글만 쓰시고, 부인 박외선 여사는 무용을 가지고 교육계로 진출, 이대 무용과장으로 계시게 되면서 역시 우리는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1923년에 창작동화 「바위나라와 아기별」을 써내신 뒤 「모래알 고금」의 속편을 쓰고 계신 요즘까지 43년 동안 동화창작에서 손을 안 떼셨으니, 선생이 남기고 가신 수많은 동화작품을 통하여 우리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것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조촐하고 깔끔한 일생-한마디로 말하면 이렇다. 『하루를 더 살면 하루만큼 더 신세를 지는 것, 환갑까지 지냈으니 그만큼 살고 웃으며 조용히 이 세상을 뜨고 싶다』 이것이 마해송 선생의 요즘 심경이었다. 그러나 선생은 동화작품으로 다시 살아나시어 가난한 한국어린이들의 동화세계에서 영생을 누리실 것이니, 우리도 눈물을 씹어 삼키고 웃는 낯으로 선생을 장지로 모시고 싶다. <아동문학가·「새싹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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