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의 가능성에 낙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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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뮤지컬」이 한국에 어떤 형태로 수입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하는 문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싹트고 있었고 또 소규모의 시도도 종종 있어왔는데 그런 소강체질을 벗고 이번에 「예그린」악단이 본격적인 성격의 한국제 「뮤지컬」 을 내놓았다. <10월26일∼29일·시민회관>
소재는 김영수 각색 「배비장전」-작곡에 최창권, 안무에 임성용, 다부지게 짜인 호화판 「스텝」에다 가수 「패티·김」과 곽규석을 기용하는 등 대중의 구매에 맞도록 배려한 의욕적인 공연이었다.
특히 이번 공연이 「뮤지컬」의 가능성을 타진한데 있다면 그것은 낙관해도 좋을 것 같다. 「오페라」 표현형식의 한계에 불만을 갖는 관객의 욕구를 충촉시킬 만한 구성으로 중간층의 흡수가 가능하니 말이다.
선결문제는 「스토리」의 발전보다 「멜러디」로 관객을 도취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하겠는데 이것은 「살짜기 옵서예」에서 잘 안배됐다고 보겠다.
우선 음악에서 한국적인 「이미지」의 전달로 해서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데 일관된 통일성이 없는 것은 구성상의 제약 때문인지는 몰라도 「해녀의 춤」과 「상투의 노래」는 서구풍의 「이미지」가 더욱 강렬했다.
관현악은 목금을 사용하는 등 다양하고 변화있는 처리로 듣기 즐거웠고 제7장의 장고춤의 장면은 이날의 일품-.
특히 눈부신 색조의 대조가 찬란한 이 장면은 의상과 무대, 장고에 이르기까지 시각적인 면이 다채로웠다.
그리고 애낭 역의 「패티·김」과 방자 역의 나영수, 그리고 「채봉」억울한 문혜란의 활약이 눈에 띄었는데 노래·춤·연기가 혼연일체가 된 매력까지는 멀다하겠으나 이번 등용으로 「패티· 김」의 숨겨진 재질은 차원높은 「뮤지컬」 「캐스트」로 발전할 수 있는 보증을 얻은 셈이 된다. 로 그밖의 기엽적인 문제대사의 발성법과 노래의 발성법의 「밸런스」라든지, 대사에서 노래로 비약하는 경우 반주의 효과적인 운영 등 고려할 점은 있으나 이번 공연의 주축이 된 최창권의 음악은 평가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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