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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대표 수문장 `나야 나'

중앙일보

입력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

축구국가대표팀의 전지훈련이 한창인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힉맨필드에서는 김병지(포항), 이운재(상무), 김용대(연세대), 권정혁(울산)등 4명의 문지기들이 나란히 골대 앞에 서서 김현태 GK코치가 차 주는 볼을 향해 차례로 몸을 날렸다.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태양 아래 나란히 선 이들 4인방은 본선 주전경쟁에 중요한 관문이 될 이번 골드컵에서 주전 골키퍼로 낙점받기 위해 실전과 다를바 없는 파이팅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이날 서로 눈에 불을 켠 채 훈련에 임하면서도 고참인 김병지는 룸메이트인 대표팀 새내기 권정혁에게 잘못된 점을 지적해 주는 등 따뜻한 동료애를 보여줘 눈길을 모았다.

히딩크 감독이 주장하는 멀티플레이어가 대표선수의 전형이 되면서 선수들의 주전경쟁을 포지션별로 구분짓기 힘들게 됐지만 교체가 빈번하지 않은 포지션 특성상월드컵에서 골문을 지킬 골키퍼는 사실상 단 하나. 그런 만큼 어찌보면 이들 4명은 대표팀내에서 가장 `전선(戰線)'이 분명하고 그만큼 치열한 주전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싸움을 주도하고 있는 선수는 단연 이운재와 김병지. 김병지가 지난해 1월 홍콩 칼스버그대회 파라과이전에서 미드필드로 전진하는 `중과실'을 범해 히딩크 감독의 눈밖에 난 동안 이운재가 그와 대별되는 안정감을 앞세워 줄곧 붙박이 주전으로 나서다시피 했었다.

`권토중래'를 노리던 김병지는 K-리그에서 특유의 순발력을 앞세운 활약을 펼치며 지난 10월 대구합숙훈련때 대표팀에 재합류했지만 허리부상으로 낙마하면서 히딩크 감독의 마음은 이운재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달 9일 미국전에서 김병지가 약 300일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90분간 안정된 수비력을 선보임으로써 주전골키퍼 경쟁은 다시 안개속으로 접어 들었다.

그런 와중에 `젊은 피' 김용대와 권정혁의 존재는 이들 두 선배들이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당연히 주전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여기 온 것 아니냐"는 이운재나 "전적으로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김병지의 경쟁은 잉글랜드 무대에서 자존심대결을 펼치고 있는 미국의 브래드 프리델(블랙번)과 케이시 켈러(토튼햄)의 경쟁처럼 불꽃을 튀기고 있다. (샌디에이고<미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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