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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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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존슨」 미국 대통령부처가 오늘 드디어 한국에 왔다. 미국 대통령의 공식방한은 6년 전인 60년 6월에 있었던 「아이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지만, 3일간이란 장기간의 방문은 이번 「존슨」의 방한이 한·미 수교 백년의 역사가 있은 이래 그야말로 초유의 일.
그를 맞이하는 서울의 거리는 지금 경축일색에 덮여있다. 4천명의 여학생합창단이 연도에 늘어서고, 40만장의 수기, 6만개의 고무풍선, 1「톤」반의 5색 지분과 「테이프」, 수만 송이의 국화가 준비되고 추산 1백80만의 인파가 그를 대대적으로 환영할 것으로 보이며, 그의 영접을 위하여 마련된 정부예산만도 7천만원대라는 일찌기 듣도 보도 못하던 거액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만큼 한 준비와 열성을 기울여 그를 맞이하는 우리 국민과 정부로서는 그의 방한에 가슴 부푼 기대를 걸고있는 것이 또한 사실이다. 그의 방한이 이른바 「태평양시대」의 화려한 개막을 고하는 계기가 될 것을 넘겨보기도 하고, 경원과 군원, 그 밖의 한·미 외교의 여러 현안문제가 단숨에 해결될 것을 약속해주는 「선물보따리」를 기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존슨」대통령 일행을 환영하는 우리 국민의 마음 가운데에는 천금만금을 다 소비하고서도 외형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귀중한 것이 있음을 깨달아야만 할 것이다. 「존슨」 일행은 이번 극동순방의 여로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을 것이며 그 자신 또한 많은 일화를 남겼다. 「뉴질랜드」에서는 좀처럼 흥분할 줄 모르는 그곳 국민이 그가 떠날 때쯤 돼서는 완전히 감격에 미쳐 날뛰는 20만 군중으로 변했다고도 하고, 호주에서는 「페인트」 세례와 심한 욕지거리를 담은 시위군중에 부딪치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25만명의 환영인파에 묻혀 행로를 바꾸기까지 하였다고도 한다.
미지의 평가대로 이것이 「존슨」 그 자신과 미국의 일대 「스펙터큘러」(화려한 연극)에 틀림없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러한 연극을 함께 진심으로 연출하고 진심으로 축복하는 가운데 민주주의에 대한 끊임없는 동경과, 좀더 잘살아 보겠다는 의욕을 표시하고자 하는 한국 국민의 숨은 비원을 「존슨」대통령이 어김없이 「캐치」해 주기를 바란다. 이번 그의 방한에 제하여 불꽃놀이처럼 화려하게 부풀어진 한·미 양 국민의 기대가 결코 한 때의 열광으로만 끝나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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