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극장가] 비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잡을까 '나쁜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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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는 연말부터 불어닥친 할리우드 판타지물들의 고공흥행행진에 제동을 걸 한국영화 3편이 나란히 스크린에 오른다. 가장 주목할 작품은 '나쁜남자'. 평단의 호평과 함께 '대중적인 김기덕 영화'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온 새 영화에 몰릴 관객의 반응이 궁금하다.

■ 나쁜 남자..... 갤러리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충격적'이란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아무래도 미흡한 구석이 있다. '악어' '섬'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지독하고 가학적인 화면 속에서도 인간 내면의 섬세한 사랑을 풍부하게 담아내는 재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수백만명 관객 시대에 이렇다할 흥행성공작 없이도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마니아 층을 넓혀나가는 이유는 그런 그의 평범치 않은 능력 덕분이다.

새 영화 '나쁜 남자'는 그의 어떤 작품보다도 대중적 기호에 접근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비평과 흥행이 완전히 괴리되어 불안한 행보를 보였던 근간의 한국영화판에서 오랜만에 양자를 동시에 만족시킬 '물건'으로 대안을 제시하리란 점 때문이다.

최근 미니시리즈 '피아노'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조재현은 김기덕 감독과의 작품을 통해 연기의 내공을 쌓았다. '나쁜 남자'에서도 그가 주연을 맡아 브라운관에선 볼 수 없는 강렬한 연기를 펼친다는 점도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대목. 함께 출연한 '신인 아닌 신인' 서원의 연기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 마리 이야기..... 예고편300k | 500k..... 갤러리


역시 많은 영화관계자들의 애정어린 눈길을 모으고 있는 국산 애니메이션. 일본 등 애니메이션 선진국들에 비해 항상 평가절하돼왔던 우리나라의 저력을 유감없이 담아낸 수작이다. 말만 뻔지르르했던 과거의 애니메이션 화제작들과는 달리 총 3년의 제작기간과 30억원의 막대한 제작비가 아깝지 않은 뛰어난 미적 완성도에 무엇보다 찬사를 보내고 싶다.

1999년 단편 '덤불속의 재'로 최고권위의 안시페스티벌 경쟁부문에 올랐던 이상복 감독은 자신의 첫 장편을 통해 한국 영화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어른이된 주인공 남우의 어린시절 회상인 '마리 이야기'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을 떠올리는 서정적인 판타지를 아름답고 섬세한 화면 속에 풀어낸다. 굳이 만화영화를 즐기지 않았던 관객이라도 시각적인 즐거움이 클 듯.

■ 디 아더스..... 예고편250k | 512k..... 갤러리


'테시스' '오픈 유어 아이스'로 20대의 나이에 최고의 자리를 경험한 스페인 출신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세 번째 작품. 평단의 극찬과 함께 흥행면에서도 성공을 거두며 그의 입지를 더욱 굳혔다.

아메나바르의 전작들에 매료됐던 톰 크루즈가 제작을 맡았으며, 캐스팅 당시만해도 금술 좋았던 전부인 니콜 키드먼이 주연을 맡아 농익은 연기력을 과시했다. 톰크루즈는 올해 '오픈 유어…'를 영어로 리메이크한 '바닐라 스카이'를 제작하는 등 아메나바르 작품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영화가 끝날무렵까지 유령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지만 시종 섬뜻한 공포와 긴장으로 객석을 숨죽이게 만드는 꼼꼼한 연출이 압권. '식스 센스'를 연상시키는 극적인 반전도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최근 영화홍보를 위해 내한한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공포라기보다는 미스터리에 가깝다'며 '두 세번 곱씹어보며 숨겨진 재미를 찾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 아프리카..... 예고편250k | 512k..... 갤러리


"영화판에서 밀려나는 세대로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40대 후반 신승수 감독의 일성이 떠올라 더욱 애처로운 영화. 이요원·김민선 등 떠오르는 여배우들이 출연하고, 히트작들의 패러디와 화상채팅 등 신세대 코드를 삽입하며 '튀는 요소'들을 두루 모았지만 식빵에 김치처럼 제대로 어우러지지 않아 영화의 주제마저 흐려놓았다.

일탈을 꿈꾸는 4명의 소녀가 우연히 발견한 권총으로 강도행각을 벌이는 로드무비란 점에서 일견 '델마와 루이스'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산만한 전개와 지루한 유머는 웃음도 감동도 제대로 주지 않는다. 황당한 결말도 허탈하기만 하다. 오랜만에 조폭 중간보스 '날치'역으로 영화판에 복귀한 이제락의 코믹연기가 그나마 밋밋함을 던다.

■ 잔 다라..... 예고편100k..... 갤러리


30대에 접어들어 농염한 매력으로 인기를 더한 여배우 중리티가 출연해 화제를 모은 작품. 영화의 내용적 파격은 한 층 충격적이다. 오랬동안 판금조치를 받았던 태국의 동명 원작소설 '잔 다라'를 스크린에 옮겨 근친상간과 동성애, 윤간 등 반윤리적인 사건들 속에 한 소년의 비극적 성장사를 담아냈다.

최근 한국과 마찬가지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태국 영화계의 스타감독 논지 니미부트르가 아직은 낯선 태국 영화의 저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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