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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전기 소비 위험수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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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에어컨을 많이 쓰는 여름철에 자주 겪던 '전력 보릿고개'가 이제는 겨울에 나타나고 있다.

국제유가가 불안해졌는데도 과잉 난방으로 전력소비가 성큼성큼 늘어나 일일 최대전력 소비량이 역대 최고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우고 있는 것이다.

23일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일일 최대전력 소비량은 지난 7일 92만여㎿h(메가와트아워)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기록은 일주일 뒤인 15일(93만여㎿h) 다시 깨졌다. 종전의 최고치인 지난해 8월의 85만여㎿h보다 약 10% 늘어난 규모다.

순간최대전력수요도 지난 6일 4만5천여㎿로 지난해 8월에 기록한 최고치 4만5천7백여㎿에 육박했다.

전력소비가 늘어난 것은 추위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서울의 최저기온은 지난 6일을 전후로 영하 15도 안팎까지 내려갔지만 최고치를 다시 경신한 15일은 영하 7도 수준에 그쳤다.

2백50여 시민단체로 구성된 에너지시민연대는 전열기의 과잉 사용과 전기소비를 부추기는 심야전력을 겨울철 전력소비가 늘어난 주원인으로 꼽았다. 전기를 이용한 난방은 발전소에서 유류를 태워 만든 전기를 다시 열에너지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가스.유류를 이용한 난방보다 에너지효율이 세배 이상 떨어진다.

그런데도 반팔로 근무하는 패스트푸드점 등 공공장소에서는 지나치게 난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에너지시민연대가 서울시내 백화점.은행.관공서.패스트푸드점 1백13곳을 조사한 결과 70%가 적정 온도인 18도를 웃돌았다. 20여곳은 24도를 넘어 여름철 수준이었다.

또 심야전력은 당초 원자력이나 유연탄 발전소의 남는 전기를 싸게 판매하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이제는 수요가 급증해 생산원가가 비싼 중유.천연가스 발전소의 발전 용량까지 공급하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 관계자는 "1999년 유가 폭등으로 심야전력 수요가 크게 늘면서 에어컨을 많이 사용하는 여름철보다 겨울철의 전력소비량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천연가스 부족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최근 천연가스 비축량은 사흘치 사용물량에 불과한 30만t 수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중유 발전보다 천연가스 발전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에너지시민연대 김태호 사무처장은 "내복입기.실내온도 낮추기 등을 통해 생활 속에서 에너지 절약을 해야 하며 심야전력 사용규제와 같은 에너지정책 자체의 전환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이후남 기자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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