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어른의 스승 박영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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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제10회 소파상이 창경원의 동물사육사 박형달씨에게 주어지기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한 평생을 어린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바친 고소파 방정환선생의 유덕을 흠모하고 그 공적을 길이 기념하기 위하여, 1957년 처음 제정되었던 이 소파상제도는 그동안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채 파묻혀 있던 많은 인간애의 기록을 양지로 끌어내어, 겨레의 가슴마다에 흐뭇한 감격의 물결을 일게하는 원천이 되어왔음은 우리가 다 아는바와 같다. 올해 수상자로 뽐혀, 오는 11월9일 「어린이날」에 영예의 상을 받게될 박씨의 얘기도 우리의 마음속에 이와같은 감동의 물결을 일으키기에 충분한것이 있다.
「새싹회」는 올해 수상경위를 밝히면서 박씨는 『인간보다 두터운 동물들의 사랑과 신의에 감동, 동물들과 함께 살아왔고』 또 그는 『6·25때에도 그들과 곤락을 같이함으로써 어린이들에게 동물애호사장을 불어넣어준 스승』으로 받들고자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우리나라 어린이라면 아무도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이고, 지금 장년기에 들어선 어른들까지도 어린 시설부터 애창해온 동요 「반달」의 작곡가 윤극형씨가 제1회 수상자로 뽑힌 이래, 이 소파상은 해마다 때로는 절해고도에서 한명생을 어린이들의 양육을 위해 봉사한 거룩한 교사상을 세상에 알려주는 길잡이가 되어왔고, 또 때로는 귀여운 새싹을 지키기 위하여 건널목에 스스로의 목숨을 던진 숨은 독지가의 인간상을 부각해 주기도 하였던 것이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하거니와, 새싹회가 제정한 이 소파상제도는 해마다 이렇듯 숨은 인간가족의 밝은 실화를 세상에 알려줌으로써, 비단 어린이들 자신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를 포함한 전국민에게까지 위대한 교훈을 던져주고 있음을 우리는 다시금 찬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시상제도는 물론 어린이운동에 큰 공적을 남긴 사람들을 표창하는데 주목적이 있는 것이지만, 그것은 동시에 날로 메말라 가고 날로 거칠어져가는 감이 있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 「모럴」에 대해서 일대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고 있음을 우리는 간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견지에서 새싹회가 작년의 제9회 소파상 시상이래, 「정엽길조심회」를 만들어 달리는 흉기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는 항구적 국민운동에 앞장설 것을 결의한 것이나, 또 올해 박씨에 대한 시상과 동시에 곧장 범국민적인 「동물애호운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은 이 시상제도의 취지를 더욱 빛내게하는 현명한 조치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우리는 화려한 행사나 거창한 국가적 표창만이 국민의 공덕심을 높이고 사회의 명랑을 기하는 소위가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올해 수상자 박씨는 40년근속의 소감을 말하는 가운데 하루라도 빠져서는 「일급」도 못타지 않겠느냐고 「유머」섞인 겸손을 나타냈다고 하거니와, 거칠고 퇴폐한 국민의 정신적풍토 가운데서 이처럼 밝고 맑은 화제를 던져준 어린이와어른들의 스승에 대해서 우리는 과연 무엇이 그들에 대한 참다운 보상인가를 가슴깊이 반성해야 할것으로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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