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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대통령, 여백 가져라” 야 “민주당, 한발 양보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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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조직 개편안은 둘 중 하나가 양보하면 간단히 풀릴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 어느 쪽이라도 한 발 물러서면 박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양쪽 모두 요지부동이다.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이에 양쪽 진영의 원로·중진 사이에선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고문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대통령의 여유’를 얘기했고, 노무현 정부의 김병준 전 정책실장은 야당에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라고 충고했다.

◆ 청와대·여당 비판한 여당 인사

김수한

새누리당 상임고문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협상하면서 여당 쪽에서 ‘입술이 터졌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밤을 지새우고, 심야건 새벽이건 동분서주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새누리당의 협상 자세를 문제 삼았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선 “국정을 운영할 때 여백을 가지라”고 충고했다.

 -새 정부가 정상 출범을 못하고 있다. 누구 책임인가.

 “집권 여당은 정부를 지원하는 거다. 그런데 지금은 주체가 대통령 한 사람으로 밀려가버리고, 여야는 주체성을 상실하고 있다. 방관자 내지는 제3자처럼 돼버렸다.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정치력이라는 게 뭔가.

 “여당이 야당과 맞부딪치면서 줄 거 주고 받을 거 받아내는 게 정치력이다. 잘 거 다 자고, 편안하게 앉아서 공무원이 관청 출근하듯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몸부림치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

 - 협상 과정에서 여당의 모습이 안 보인다는 비판이 있다.

 “청와대가 결정을 하고, 야당엔 Yes 또는 No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식으로 해선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야당을 다독거리면서 이해도 시키고,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의원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 여당의 협상력에 한계가 있다는데.

 “여당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겨서 되겠느냐. 새누리당 간부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삼삼오오 청와대에 호소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게 없다. 청와대로 하여금 안 따라올 수밖에 없게 단결하고 전력투구를 해야 한다. ”

 - 4일 대국민 담화는 잘한 것인가.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답답한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정국 전체에 플러스가 되는 것인지를 좀 더 따져봤으면 한다. 모든 면에서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신중해야 한다. 대통령이 먼저 그렇게 망치로 쳐 버리면 (돌이키기 어렵게 된다)…언제나 숨 쉴 곳은 남겨야 한다. 여백을 갖고 국정운영을 해나가면 좋겠다.”

권호 기자

◆ 야당에 쓴소리한 야권 인사

김병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민주당이 한발 물러서라고 충고했다. “결국 대통령이 모든 책임과 비판을 감당하게 돼 있는 만큼 정부 조직개편은 대통령 뜻을 존중해 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여당으로부터도 유리될 수 있는 (고독한) 존재”란 말도 했다.

 -결국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치킨게임으로 갈 거다. 하지만 양보하는 이가 정치에선 반드시 이긴다. 경험적으로 그렇다.”

 -청와대와 민주당, 어느 쪽 책임인가.

 “방송의 인·허가 문제를 독임제 기관(미래창조과학부)에 맡기는 건 위험하다. 하지만 죽어도 대통령이 해야겠다면 정부 출범 시한에 맞게 합의해 줘야 한다. 한국의 대통령제는 그야말로 대통령 중심의 정치체제다. 조직개편에 따른 모든 결과는 국회가 아닌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그의 뜻을 존중해 주는 게 맞다. ”

 -야당에 퇴로를 열어줘야 하지 않나.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그 책임은 온전히 대통령 몫이라는 걸 명시할 필요가 있다. 잘못된 결과를 용납하지 않을 거라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도 있다. 제일 좋은 건 새누리당이 중재안을 잘 내는 거다.”

 -날치기 처리를 못하게 하기 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이 국정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그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건 실은 대통령이다. 국회가 파행되면, 답답한 건 대통령이지 국회가 아니다. 의원들이 정책 가지고 표 얻나? 대통령만 죽어난다.”

 -노무현 대통령 때 야당은 어땠나.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였던 시절 사학법에 반대하며 장외투쟁에 나섰다. 그 절제된 단호함에 무서움을 느꼈다. 그런데 야당 지도자로서는 괜찮았지만 대통령은 한 번은 꺾이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그게 정치다. 노 대통령도 사학법 개정안 내용 일부를 수정해 박근혜 대표를 설득할 수 있었다. 그러자 열린우리당이 반발했지만…. 대통령은 여당에서도 유리될 수 있는 존재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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