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1993년 데자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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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만일 미국 정부 재정지출 자동 삭감(시퀘스터) 때문에 미국 주식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 그때가 미국에 투자할 기회다.”

 이런 주장을 담은 투자분석보고서가 나왔다. 신한금융투자가 5일 펴낸 ‘1993년의 미국’ 보고서다.

 근거는 20년 전인 93년 미국의 상황이다. 지금과 거의 똑같은 일이 일어났는데 그 후 8년에 걸쳐 미국 S&P500지수가 3배가 됐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내용은 이렇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93년 취임하면서 정부 지출을 확 줄였다. 걸프전으로 인해 정부 빚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 지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2%에서 18%로 4%포인트 감소했다. 시퀘스터에 따른 올해 미국 정부지출 감축분이 GDP의 0.5%인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도 높은 감축이었다.

 이러면 경제가 타격을 받는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클린턴 행정부는 금리를 내려 돈이 풀리게 하는 방법을 썼다. 지금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를 하는 것과 판박이다. 그러자 경기가 호전되고 부동산과 주식이 올랐다. 자산가치가 높아지자 미국인들이 소비를 늘렸고, 기업 실적이 좋아져 주가가 오르는 선순환에 들어섰다.

 현재 미국도 20년 전처럼 부동산과 주식이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돈을 푼 효과다. 여기에 ‘셰일가스’라는 호재가 겹쳤다. 천연가스를 대체할 셰일가스가 미국에서 대량 생산되는 바람에 기름값이 떨어져 가계 소비 여력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 곽현수 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90년대만큼 강한 성장세를 보일 수는 없겠지만, 당분간은 20년 전처럼 경기와 주식 시장이 동반 상승하는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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