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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사랑 정신 기리는 걷는 관광코스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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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구시 중구 동인동의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4만3000㎡의 공원 동쪽에는 달구벌대종이 걸린 종각이 있다. 그 옆에는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서상돈(1851∼1913)·김광제(1866년∼1920) 선생의 흉상과 국채보상운동취지서·여성국채보상운동기념비 등이 서 있다. 북쪽으로 가면 국채보상운동기념관을 만날 수 있다. 국채보상운동은 1907년 1월 29일 대구의 인쇄소인 광문사의 부사장 서상돈이 대구지역 유지들에게 “담배를 끊어 일본에 진 빚 1300만원을 갚자”고 제의했다. 을사조약(1905년) 이후 일본이 침략을 노골화하면서 일본에서 빌린 차관을 갚지 않으면 경제적인 예속이 심화할 것으로 판단해서다. 이 운동은 전국으로 번졌고 기생에서 고종 황제까지 모금운동에 동참했다. 대구시는 이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9년에 공원을, 2011년엔 기념관을 만들었다.

 대구시가 이를 활용한 관광코스를 만든다. 중구청이 운영하고 있는 ‘근대골목투어’에 이곳을 포함한 워킹투어코스를 만들어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주제는 ‘나라사랑’, 명칭은 ‘구국의 길’(가칭)로 정했다. 코스는 중구 삼성상회 터(인교동)∼국채보상운동 발상지(옛 광문사·서야동)∼박근혜 대통령 생가터(삼덕동)∼2·28민주운동기념회관(남산동)∼국채보상운동기념관(동인동)을 잇는 3.5㎞ 코스다.

삼성상회는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1910∼87) 회장이 1938년 창업했다. 대구 근교에서 청과물과 건어물을 수집해 중국과 만주에 수출하고 국수를 만들어 사업을 일궜다. 사업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사업보국’의 기업가 정신이 싹튼 장소라는 것이다. 옛 출판사였던 광문사는 대한제국 때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된 곳이다. 금연으로 나라의 빚을 갚자는 경제독립운동이다. 2·28민주운동기념회관은 대구 고교생들이 이승만 독재정권에 항거해 시위한 사건을 보여주는 전시관이다. 민주화운동을 통해 나라사랑을 실천한 산실로 평가받고 있다. 코스에는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도 포함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근대화의 기틀을 닦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혼집이자 전쟁 중 이곳에서 태어난 그의 딸이 다시 대통령이 된 스토리가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다. 대구시 김석동 자치행정담당은 “코스에 포함된 장소는 대구가 가진 소중한 자산”이라며 “이곳에 얽힌 근대 역사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소개하면 좋은 교육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중구청과 협의한 뒤 내년 초 코스를 열 방침이다. 해당 장소마다 이야깃거리를 더 발굴하고 안내 표지도 추가로 설치해 여행객들의 이해를 돕겠다는 것이다. 또 관광객을 안내할 골목문화해설사도 양성할 계획이다.

 중구는 삼성 창업주 이병철 고택, 동산 청라언덕, 저항시인 이상화 고택, 국채보상운동 주창자 서상돈 고택, 약령시, 서문시장 등을 돌아보는 5개의 코스로 구성된 ‘골목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도심의 야경을 구경하는 ‘야경투어’와 찜갈비·따로국밥·누른국수·소막창구이 등 ‘대구10미(味)’를 맛볼 수 있는 ‘맛투어’ 코스도 있다. 지난해 골목투어 프로그램에는 모두 6만여 명이 참가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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