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해야 할 집값대책] 복합처방 내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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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값 이상급등은 단순히 집이 부족해 벌어진 것이 아니다. 경제.사회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 복합현상이다.뿌리깊은 강남학군 선호의식에 학원과외 바람, 집중된 재건축에 초저금리 상황이 어우러졌다.

저축해봐야 물가상승률과 세금을 따지면 남는 게 없는 초저금리 속에서 갈곳을 찾지 못한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었다. 연 6~7%의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할 수 있다. 경기가 좋아질 것이고 월드컵.선거가 집중돼 부동산값이 오르리란 기대감도 작용했다.

여기에 자녀 교육을 위해서라면 새학년이 시작되기 전 방학을 이용, 한겨울 이사도 감수하는 현대판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현상이 가세했다.

1980년대 말에도 집값이 급등했다.88년말부터 서울 압구정동을 중심으로 오른 아파트값이 90년대초 평당 1천만원을 넘어섰다. 당시 정부는 2백만호 주택건설로 대응해 불을 껐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요즘 아파트값은 달갑지 않은 평당 2천만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사교육 여건이 좋다는 서울 대치동과 도곡동.개포동을 중심으로 올랐다.

남들은 캐나다와 뉴질랜드 등으로 교육이민까지 떠나는 판에 유명 강사가 포진한 사설학원과 명문학교가 있는 강남으로 집을 옮기자는 욕구가 나타난 것이다.지난해 어려워진 수능시험이 이같은 교육열 이사수요에 불을 댕겼다.

따라서 집값 안정대책은 이같은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이전과 상황이 다르므로 접근방법도 달리 해야 한다.1.8대책은 과열된 시장을 단기적으로 진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겠지만 근본적인 치유책은 못된다.투기과열지역 지정 및 세무조사 강화로는 한계가 있다.

특정지역의 집값 이상급등을 막으려면 강남에 맞설만한 교육여건과 인프라를 갖춘 신도시 건설이 필요하다.경기도 과천과 분당이 좋은 예다.

이미 큰 골격을 정한 판교 신도시의 개발일정과 분양을 앞당겨 강남으로 향하는 수요를 끌어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행 계획상 판교 신도시 아파트의 일반 분양은 2005년 이후로 돼 있다. 잠실과 청담.도곡 등 서울지역 5개 저밀도지구의 재건축도 시기가 몰리지 않도록 서둘러 조정해야 한다.아울러 강남권의 아파트 재건축 일정을 분명하게 제시해 '사두면 오르겠지'식의 막연한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살기 좋은 집을 찾는 수요도 함께 충족시켜야 한다. 서울에서 20㎞ 이내인 그린벨트 해제지역 11곳에 10만가구를 짓겠다는 정부 발표는 택지를 찾기 어려운 수도권 지역의 집값 안정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그렇다고 임대주택 위주로 짓지 말고 주택 수요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짓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또 계약만 하면 팔아넘길 수 있는 분양권을,적어도 특정지역에서는 중도금을 한두 차례 낸 뒤 팔 수 있도록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현재의 초저금리 상황은 경기 회복에 따라 누그러질 가능성이 크지만 아울러 현행 16.5%인 이자소득세를 낮춰 장기적으로 저축을 유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부동산값이 지나치게 오르면 회복기미를 보이는 경제는 물론 각 경제주체에게도 부담이다. 근근이 집을 장만하려는 이의 희망이 꺾이고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다. 정부는 시장상황을 지켜보며 기민하게 대응하고,가계는 한발 물러서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양재찬 경제전문기자 jay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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