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 국정원에 '윤태식 패스21' 보고

중앙일보

입력

정보통신부가 정관계 로비의혹을 받고 있는 윤태식(尹泰植.44. 구속)씨의 패스21에 대해 국가정보원 경제단에 보고한 사실이 밝혀졌다.

정통부는 지난 2000년 7월 10일 `패스21 검토보고', `패스21 지문인식기술 검토보고' 등 2종의 문건을 국정원 `김전무님'(팩스번호 2187-xxxx)을 수신자로 팩스로 보고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정통부에 따르면 이 문건의 수신 팩스번호는 국정원 경제과였고 수신자 김 전무는 당시 국정원의 경제과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발신자는 당시 정통부 정보화 기획실 정보보호기획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윤씨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국정원 대공수사국외에도 국정원 경제단이 윤씨의 패스21에 대해 관여했음이 사실로 드러났으며, 이 과정에서 정통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문건 작성경위와 관련, 정통부는 윤태식씨와 모 경제지 사장이 지난 99년 12월 남궁석 정통부 장관을 방문, 자사 지문인식 기술이 최고임을 정부가 인증해달라고 요청해옴에 따라 실무차원에서 당시 정보보호과장이었던 신용섭 전파연구소장이 장관 보고용으로 검토의견을 작성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이 문건을 국정원에 전달한 것은 당시 신 과장이 전파연구소장 직무대행으로 발령난 상태였고, 고광섭 신임 과장이 문건 전달이후인 7월 19일 취임했기 때문에 공석중이어서 당시 담당 사무관이었던 전 모씨(현재 태국 파견)가 국정원의 요청에 따라 이를 팩스로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정통부는 밝혔다.

신 소장은 "당시 윤씨가 자사기술이 최고기술임을 정부가 인증해주고 이를 외부에 알려달라고 하는가 하면 휴대폰 사업과 연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장관이 회사를 방문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허황된 얘기를 했다"면서 "실무차원에서 부정적인 내용으로 검토보고서를 작성, 장관에게 보고했으며 장관도 이를 수긍했다"고 말했다.

당시 보고서는 패스21의 기술력에 대해 우수성을 판단할 수 없고 다른 업체의 유사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점 등 부정적인 내용도 담고 있다.

보고서는 그러나 기술평가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과 달리 장관이 우수벤처기업방문시 패스21을 대상업체로 선정해 시찰하는 방안이 적절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보고했으며 남궁 장관은 이후 이 회사를 방문했던 점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편 정통부가 국정원에 보고한 문건중 `패스 21 검토보고'는 패스 21에 관한 회사개요와 윤씨의 이력 등 개인신상을 담고 있는 개괄적 소개자료이며, 99년 12월 장관 보고용으로 작성된 `패스21 지문인식기술 검토보고'를 국정원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작성된 것으로 정통부는 파악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국정원과 정책협의를 비롯해 특정 업체 등에 관해 수시로 협조하는 것이 관례"라면서 "통상 실.국장 등을 통해 구두로 협조요청이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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