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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최고 신용등급 잃었다.

중앙일보

입력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영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최고 등급에서 한 단계 떨어뜨렸다. 무디스는 성명을 통해 “영국 경제성장이 부진하고 부채 부담이 늘고 있다”며 신용등급을 ‘Aaa’에서 한 단계 낮은 ‘Aa1’로 하향 조정한다고 22일(현시지간) 밝혔다. 단 무디스는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이라며 추가 하락 가능성은 일축했다. S&P와 피치는 아직 영국의 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하고 있지만 전망을 ‘부정적’으로 매기고 있어 신용등급 하향에 동참할 가능성도 있다.

영국의 최고 등급 탈락으로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에서 모두 최상위 등급을 받은 나라는 11개국으로 줄었다. 유럽 8개국(독일ㆍ네덜란드ㆍ덴마크ㆍ핀란드ㆍ스웨덴ㆍ노르웨이ㆍ스위스ㆍ룩셈부르크)과 비유럽권 3개국(캐나다ㆍ싱가포르ㆍ호주)뿐이다. 이번 조치로 가뜩이나 약세를 보여온 영국 파운드화는 하락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파운드화는 22일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1.5131 달러까지 하락하며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긴 하지만 영국 은행의 신용등급 하락과 유럽계 자본의 자금 회수로 이어질 경우 국내증시에도 악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계 자본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국내 상장주식을 39조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미국(160조원) 이어 두번 째로 많다. 유럽계 자금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액은 125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영국 자금은 외부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유입과 유출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중순 피치가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자 국내시장에서도 5개월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지난달 중순 신용등급 전망을 내릴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자 1조4920억원을 팔아치웠다. 이달 들어서는 순매수로 돌아서 20일까지 4780억원 어치를 샀다.

우리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영국계 펀드가 비교적 장기투자 펀드로 분류되고 있지만 지난해 이후 영국과 미국 자본의 유출입이 외부 변수에 따라 큰 폭으로 출렁거리고 있다”며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가져올 금융시장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만일 영국에 이어 무디스와 피치로부터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미국의 신용등급마저 떨어질 경우 더 큰 충격파를 몰고 올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 우희성 연구원은 "미국과 일본, 영국 등이 신용등급 강등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경제성장이 필요한데, 올해도 성장률이 목표에 미치지 못하면 재정건전성이 더욱 악화돼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창희 기자 thepl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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