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선생 저격한 총탄 흔적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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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동 강북삼성병원. 그동안 가림막을 치고 공사를 해왔던 2층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이자 백범 김구 선생이 서거한 장소인 경교장(京橋莊)이다.

 1945년 11월 중국에서 돌아온 임시정부가 청사로 사용한 경교장은 49년 6월 김구 선생 서거 이후 미군주둔지, 주한 대만 대사관저 등으로 쓰이다 67년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이 매입해 병원 건물로 이용돼 왔다. 역사적 유적인 이 건물을 복원하자는 여론이 높아지자 서울시와 삼성병원 측이 협의 끝에 3년간 복원 공사를 진행했다. 경교장은 2일부터 매주 화~일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무료 개방된다.

 미리 가본 경교장은 입구부터 달라져 있었다. 병원 현관으로 쓰이던 유리문은 당시 모습을 재현한 목재 문으로 바뀌었다. 1층으로 들어서자 웅장한 홀이 나타났다. 홀 왼편으로 임시정부 요인들이 첫 국무위원회를 개최했던 응접실이 있는데, 당시 회의 장면 사진이 걸려 있다. 오른쪽 귀빈식당에는 15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커다란 식탁이 놓여 있다. 당시 공식만찬 장소이자 김구 선생 서거 당시 빈소로 쓰인 곳이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자 임시정부 요인들의 숙소와 김구 선생의 집무실·침실이 한눈에 들어왔다. 일본식 다다미방 형태다. 김구 선생이 서거한 집무실 복도에는 총탄 자국도 재현해 놓았다. 병원 시절 보일러실과 부엌으로 쓰인 지하는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당시 신문기사 등 관련 자료가 비치됐는데, 속옷에 빼곡히 쓰인 밀서가 눈에 띈다. 48년 북한 내 민족진영 비밀조직원들이 김구·이승만 두 정치지도자에게 북한 동향을 보고하고 두 사람이 협력해 남북통일정부 수립에 애써 줄 것을 탄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교장 2층에서 김구 선생이 육군 소위 안두희에게 암살당할 때 입었던 옷도 혈흔이 남은 채로 전시돼 있다. 윤봉길 의사가 의거를 위해 중국 상하이로 떠날 때 교환했다는 유품 시계도 볼 수 있다.

 경교장은 인근 돌다리 명칭을 따 김구 선생이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서울시는 복원 중인 종로구 명륜동 장면 총리 가옥, 중구 신당동 박정희 대통령 가옥, 마포구 서교동 최규하 대통령 가옥도 올해 안에 개방할 계획이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사저인 이화장과 안국동 윤보선 대통령 가옥도 복원이 끝나는 2016년 이후 유족과 협의해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글=강나현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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