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릴로의 몽니 이탈리아 총선 다시 치를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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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이탈리아 총선에서 제3의 정치 세력으로 급부상한 오성운동(M5S)의 지도자 베페 그릴로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연립정부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4, 25일에 치러진 선거에서 제1당이 된 민주당의 피에를루이지 베르사니 당수는 그에게 정치적 연대를 제의했었다. 이에 따라 상·하원 양쪽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연립정부의 구성이 어려워져 이탈리아의 정치 불안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릴로는 블로그를 통해 “기존의 정치 세력과의 동맹을 거부한다. 민주당이나 다른 정당에 오성운동의 힘을 보태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베르사니 당수를 겨냥해 “이번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자리를 내놓아야 할 사람이며, 사실상 정치적 생명이 다한 인물”이라고 공격했다.

그릴로는 언론 인터뷰에서 “의회에서 오성운동 소속 의원들이 개별 사안에 따라 정부에 협조하거나 반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성운동은 긴축 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어서 민주당 주도의 정부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이탈리아의 중도좌파 연합세력은 하원에서는 55%의 의석을 확보했지만 상원에서는 38% 정도의 의석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세력과의 연대도 가능하지만 협상은 결렬된 상태다. 상원에서 정부의 법안들이 통과하지 못하면 곧 다시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불안정성 때문에 27일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83%로 두 달 사이에 0.66%포인트가 올랐다.

 한편 독일의 페어 슈타인브뤼크 전 재무장관은 이탈리아 총선 결과에 대해 “두 명의 광대가 승리해 깜짝 놀랐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그는 독일 사회민주당의 유력한 총리 후보다. 그가 말한 두 명의 광대는 가수 출신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코미디언 출신의 그릴로를 의미한다. 독일을 방문 중인 조르조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은 이 발언을 문제 삼아 슈타인브뤼크와의 면담 약속을 취소했다.

 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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