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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실|누에 엄마란 별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하늘 높은 줄만 알지 땅 넓은 줄은 모른다는 듯 자꾸 풍선처럼 오르기만 하는 물가에 비해 농산물가격은 말이 아니다. 노력없이 얻어지는 댓가가 있을 수 없지만 농사일처렴 고되고 피땀을 쏟는 일이란 드물 것이다. 그런데도 자꾸 빚만 느는 농촌 실정이다.
○…그래서 우리 집에선 누에치기를 시작했다. 농사만 지어가지고는 영농비며 동생들 학비를 마련하지 못한다는 걸 통절히 깨달은 것이다. 지난 봄 누에를 쳐서 드문 수확을 봤다. 온 동네에서는 우리 집 봄누에 수확을 보고 부러움 섞인 칭찬이 대단했다. 그리고 내게는 누에 엄마란 감투 아닌 별명이 주어졌다. 밤낮없이 누에와 함께 사는 나를 두고 칭찬겸 꼬집는 말일 게다.
○…그럴 것이 누에가 오를 때까지 한달 가까이를 꼭 누에와 같은 꼴로 지내니 누가 봐도 누에 엄마라 할 것이다. 아직 나이 어린 내게 누에 엄마란 별명을 갖게 해준 까닭을 캐보고 싶지도 않다. 오히려 누에 엄마란 별명을 가진 이웃들이 늘어나서 쪼들린 살림이 나아졌으면 하고 은근히 빌고싶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지난 봄누에 못지 않게, 성적이 좋은 가을누에가 고치를 짓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다. <김옥자·전남광산군대촌면구소리죽촌·김순만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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