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감독 "'머리좋은 감독'으로 남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강우석(康祐碩ㆍ42) 감독은 '충무로 최고의 실력자'란 수식어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지난해 가을 예산 부족에 허덕이던 부산국제영화제에 1억원을 쾌척했는가 하면파주에 4천여평 규모의 세트장을 기공하기도 했다. 또 그가 데리고 있던 직원들도속속 분가해 `문어발'이 아닌 영화계의 주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강우석이란 나무가드리운 가지가 풍요로운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번에 또 한차례의 도전을 시도했다.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이후 3년여 만에 다시 메가폰을 잡아 현업으로 복귀한 것이다. 25일 선보일 형사액션물 '공공(公共)의 적(敵)'은 그가 `감독겸 제작자'라는 타이틀을 계속 유지하느냐, 아니면 '전 감독'으로 남느냐를 가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강감독으로부터 '공공의 적' 연출을 마친 소감과 2002년 임오년의 포부를 듣는다.

구랍 28일 시사회장에 왜 나타나지 않았나?
너무 초조해 이춘연 선배(영화인회의 이사장)에게 대신 인사해달라고 부탁한채 극장 앞에서 기다렸다. 출산을 앞둔 산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2시간여 동안 전화만 50여 차례 걸어 기자를 비롯한 영화 관계자의 반응을 물어봤다.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아서 그런가?
내가 '충무로 파워 1인자'로 꼽히면서 영화계의 비즈니스맨으로만 인식돼왔지만 내 본업은 어디까지나 감독이다. 수많은 영화를 제작하며 후배들에게 큰소리를칠 수 있었던 것도 감독 경험 때문이었다.

이번 영화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면 감독 복귀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제작자로서의 파워도 잃게 된다. 제발 다시영화를 연출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흥행 기록이나 예술적 평가는 차치하고 '머리좋은 감독'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3년여 만에 연출해보니 작업환경이 얼마나 달라졌나?
우선 이제는 돈이 모자라 찍지 못하는 장면은 없어졌다. 스태프들도 생계 때문에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만든다는 각오로 임하는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

'투 캅스' 1ㆍ2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느낌을 준다. 이 영화에서 주력한 부분은 무엇인가?
이번 영화 자체가 나에게는 모험이지만 영화적으로도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전작들이 웃음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웃음과 긴장을 교차시켰다. 어떻게 저런 상황에서 웃음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극단적 장면을 대비시킨 것이다.

'투 캅스' 시리즈 때만 해도 '캅스 걸'이 있었는데 주요 배역에 여자를 하나도 쓰지 않은 까닭은 무엇인가?
내가 잘 모르는 얘기는 할 자신이 없었다. 나는 '봄날은 간다'와 같은 영화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 만든다.

지나치게 선악을 가른 이분법적 구도라는 지적도 있는데…
내 개인적인 취향은 권선징악을 담고 있으면서도 이른바 '닭살' 돋지 않는 것이다. 관객들도 '나쁜 놈은 죽여야 한다'는 마음이 절로 들도록 다소 선동적인 분위기를 담아냈다.

후속편도 생각하고 있는가?
일단 이 영화가 잘돼야 하지 않겠는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부패 세무공무원,비리 국회의원, 악덕 기업인 등을 차례로 도마 위에 올려놓고 싶다.

세무공무원을 건드리면 `괘씸죄'에 걸리지 않을까?
몇해 전 조사를 받았더니 관할 세무서 과장이 모범납세자로 표창해야겠다고하더라. 다른 문제는 몰라도 세금 문제만큼은 떳떳해 전혀 걱정 안한다.

올해 계획은?
일단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임권택 감독님의 '취화선'에 투자하기로 한 것은 몇번이고 생각해봐도 잘했다는느낌이 든다. 또 지난해 착공한 세트장을 하루빨리 완공하고 싶다. 시네마서비스를가리켜 충무로 메이저라고 부르는데 스튜디오도 없는 메이저가 어디 있나. 멀티플렉스를 짓는 문제도 고려하고 있다. (서울=연합) 이희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