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6강 해가 솟았다

중앙일보

입력

임오(壬午) 년 월드컵의 해, 첫 태양이 밝았다.

새해 첫 해는 항상 새롭지만 올해는 더욱 새롭게 빛난다. 마치 축구공 같기도 하고 월드컵 같기도 하다.

지네딘 지단.루이스 피구.데이비드 베컴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지구촌 최고의 테크니션들이 한달 하루 동안 신기(神技) 를 선보일 최대의 축구 축제가 1백50일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꿈의 구연(球宴) ' 월드컵은 한국 축구대표팀은 물론 한민족 전체의 축제다. 본선에 참가하는 태극전사 23명의 양 어깨에는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출전 이래 한번도 밟아보지 못한 미지의 땅인 본선 1승과 16강 진출이라는 숙제가 숙명처럼 지워져 있다.

올해는 미디어데이도 없다. 선수들이 모여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치는 통상적인 '쇼'는 없었지만 선수들은 체력단련 프로그램에 따른 개인 훈련을 통해 세밑에도 뜨거운 땀방울을 흘리며 내실을 다졌다.

'젊은 피'로 대거 수혈한 대표팀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겁없음'이다. 긴장하고 조심스럽던 선배들과 달리 이들은 "한번 해볼 만 하다"고 입을 모은다. 16강은 목표이자 희망이다.미리 좌절할 필요도 없고 들뜰 필요도 없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겸허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의 자세가 필요하다.

대표팀은 오는 8일 소집돼 월드컵의 해를 시작한다.

[1번은 월드컵에 대한 각오. 2번은 '모델'로 삼은 축구 선수]

◇이천수
①한국팀의 첫 골과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결승골을 넣고 싶다.16강 진출에 실패하면 이민가겠다.16강 진출이 확정되면 머리를 빨간색으로 염색하겠다.
②피구·루이 코스타(이상 포르투갈)

◇최태욱
①주전으로 본선 무대를 밟기 위해 남은 기간 체력과 기술을 키우겠다.
②아리엘 오르테가(아르헨티나)

◇이영표
①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책임감을 가지고 16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느낌이 좋고 자신감이 점점 더 커진다.
②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

◇김병지
①‘한국은 16강이 어렵다’는 생각을 바꿔 놓겠다.32개국 골키퍼 가운데 최고의 방어율을 세우겠다.
②최인영(한국) ,레프 야신(러시아)

◇송종국
①개최국은 예선에서 탈락하지 않는다는 신화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홍명보 선배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플레이를 하겠다.
②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

◇최진철
①최종 엔트리에도 뽑히고 대표팀도 16강에 진출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
②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는 무엇이든 배울 게 있다.

◇박지성
①최선의 컨디션으로 국민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 주겠다.체력을 보완하겠다.
②둥가(브라질)

◇김태영
①첫 승은 기본이고 16강에 진출하도록 열심히 뛰겠다.
②특별히 존경하는 외국 선수는 없다.

◇최성용
①‘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유럽에서 길렀던 머리를 한국에 오면서 짧게 잘랐다.16강에 진출하면 다시 머리를 기르겠다.
②누구와 붙어도 자신있다.

◇이을용
①포지션도 허리지만 나이로도 허리에 해당한다.선·후배들의 다리 역할을 하며 좋은 분위기와 멋진 경기를 만들겠다.
②유명 선수들과 대결이 은근히 기다려진다.피구와 멋진 맞대결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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