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돈 '유로' 1월 1일부터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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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파리=유재식.이훈범 특파원] 2002년 1월 1일 마침내 'E데이'가 밝았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 12개국 3억4천만명이 이날 단일통화 유로(Euro)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1986년 유럽공동체(EC)가 단일시장을 만들기로 합의한 후 15년 만이다.

12개국 재무장관들은 이미 통화정책에 관한 거의 모든 권한을 유럽중앙은행(ECB)에 넘겨준 상태다. 유로 도입을 진두지휘해 온 ECB는 1차로 1백50억장의 지폐(6천3백억유로어치)와 5백10억개의 동전(1백60억유로어치)을 찍어내 12개국 중앙은행에 전달했다.

새 유로화는 최근 며칠 동안 여기에서 다시 각 은행과 대형 상점에 배포돼 손님 맞을 채비를 끝냈다.

유로화는 오는 2월 말까지 기존 화폐와 같이 쓰이다가 3월부터는 말 그대로 단일화폐가 된다. 거리에서 만난 유럽인들은 "유로는 단일통화 이상이다. 유럽 통합의 꿈을 담은 물건"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초기엔 크고 작은 부작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인들이 기존 화폐를 받지 않으려는 과정에서 고객들과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유로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소수점 이하를 버리느냐 마느냐를 놓고도 이미 승강이가 여기저기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편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한 신문과의 회견에서 "유로와 함께 번영으로 나가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마틴 펠트스타인(경제학)하버드대 교수는 "역사.지역적으로 뿌리 깊은 국가간 갈등이 표면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화는 또 미 달러화에 대적할 국제 통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가치는 줄곧 하락세를 보여 왔다.

99년 1월 1일 전자거래에 처음 사용된 유로화는 당시 유로당 1.17달러였던 것이 지금은 88센트선에 머물고 있다.

jsy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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