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 일문일답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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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

민주당 한 의원이 15분 가량의 모두발언에서 "1997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와 부인이 비자금을 수수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의석에선 비난과 욕설이 터져나왔다.

한나라당 의원이 "노벨상을 타기 위해 정부가 북한에 뒷돈을 줬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이번엔 민주당 의석이 시끄러웠다. "대정부질문을 선거운동장화했다"는 국민 여론이 따가웠지만 국회는 아랑곳없었다.

이런 국회 모습이 상당 부분 개선될 전망이다. 국회는 22일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국회 파행 와중에 국회법 개정 의견을 내면서 국회의 변화를 역설했던 박관용(朴寬用)국회의장은 법 통과 뒤 "국회가 정치의 중심으로, 민의의 전당으로 나아가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파행 원인이 됐던 대정부질문 모두발언 사라져"=그간 무차별한 폭로와 상대에 대한 원색적 비난으로 파행 원인이 되곤 했던 대정부질문 모두발언이 폐지됐다. 대신 총리.장관과 의원들이 일문일답으로 회의를 진행하게 됐다. 질문하는 의원이나 답변하는 국무위원 모두 문답을 통해 논쟁을 벌여야 해 전문성을 갖추는 게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회의록을 '누더기'로 만들었던 회의록 삭제 요구도 불가능하도록 명문화했다. 발언자가 취소하거나 수정을 요구할 경우엔 그 발언까지 기재토록 했다. '삭제하면 그만'이란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막겠다는 취지다.

교섭단체 대표연설도 국회를 개회할 때마다 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규정을 바꿔 통상 연초 임시국회(대략 2월)와 정기국회(9월) 두차례만 하도록 했다. '저격수 투입'논란을 빚었던 의원들의 위원회 사.보임도 30일 이내 한차례만 가능토록 해 상임위의 전문성을 높이도록 했다.

◇"예.결산, 행정부 감시 기능 강화"=국회가 감사원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본회의 의결로 감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경우 감사원은 늦어도 5개월 이내에 감사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국회의 예.결산 심사권도 강화됐다.

정기국회가 예산안에 매달릴 수 있도록 원칙적으로 예산안 관련 법안만 처리토록 한 것이다. 또 정부의 결산안 제출 시기를 현행보다 3개월 이상 앞당긴 5월 말까지 제출토록 했다.

정기국회 개회 전 결산 심사를 마무리해 지금처럼 예.결산 심사를 동시에 진행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부실심사를 예방하려는 것이다. 결산 과정에서 위법.부당 사항이 있을 경우 변상과 징계조치 등 시정을 요구하고 결과를 국회에 보고토록 했다.

의원 입법 발의 요건은 현행 의원 20인 이상에서 10인 이상으로 완화했다.

고정애 기자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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