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슈퍼리그] 김철수-김남순 '부창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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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갈수록 닮아가네."

배구 스타부부 김철수(한전)와 김남순(담배인삼공사)을 보고 코트 안팎에서 하는 말이다.

특히 김철수가 올 슈퍼리그 남자부에 내려진 `감전 경보'의 중심에 서자 김남순일색이던 찬사의 빈도도 어느 정도 비슷해졌다.

두 사람은 여러모로 닮은 꼴이다.

70년생 동갑에 고향이 전남 광양으로 동향인데다 마른 체격에 눈초리가 매서운 외모 또한 닮았다.

센터로 뛰면서 라이트 공격에 가세하는 김철수와 라이트로 뛰면서 센터 블로킹에 가담하곤 하는 김남순은 포지션도 별 차이가 없다.

지고는 못 지는 승부근성과 보스기질도 비슷하다.

김철수는 올 초 X세대 후배들을 지나치게 다그치다 팀 이탈을 불렀을 만큼 승부욕이 유별나고 담배공사의 전성시대를 있게 한 김남순의 후배 장악력은 정평이 난지 오래다.

그렇지만 회식자리 등 휴식 때에는 확실하게 풀어준다는 게 이들의 공통점. 둘 다 마음 씀씀이도 큰데 특히 김남순은 농장을 하는 친정에서 녹차를 가져와 후배들에게 돌리기도 하고 선수단의 군것질에 들어가는 돈도 자신이 부담한다는 게 김형실 감독의 귀띔이다.

그러나 정작 이들 부부의 닮은꼴 위력은 코트 안에서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체공력과 상황 판단력을 실전에서 적절히 풀어내며 팀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 90년대 대표팀 부동의 라이트로 활약했던 김남순은 지난해 복귀와 함께 전국체전과 실업연맹전 우승을 안겼고 29일 LG정유를 격침시킨 흥국생명을 맞아 물오른 기량을 펼쳐 보이며 3-0 완승을 이끌었다.

김철수도 이에 뒤질세라 지난 28일 대한항공과의 첫 경기에서 장기인 틀어 때리는 터치아웃 타법과 능글맞은 속공 플레이로 3-1 승리의 이변을 연출해냈고 앞서 실업대제전에서는 상무와 LG화재를 꺾은 뒤 결승에서 삼성화재를 맞아 1세트를 빼앗는 '파란'을 일으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들 부부의 활약에 이번 슈퍼리그에서 한전은 4강 진출, 담배공사는 첫 우승이란 야망을 불태우고 있다.

김철수는 "나이 서른이 넘으니 배구가 보인다. 앞으로 4∼5년은 더 뛸 수 있다"고 말했고 김남순은 "남편이 있는 회사가 잘해 배구할 맛이 더 난다"며 기뻐했다.

이들 노장 부부의 신바람 투혼이 달콤한 결실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목포=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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