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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대신 술 채우는 신입생 술자리에서 건강 지키려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우리나라에서는 만 19세가 되는 해부터 법적으로 음주가 허용된다. 대학 신입생 중에서는 입시와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술자리에 은근한 기대감을 가진 신입생도 있을 것. 종종 고등학교를 졸업한 연예인은 “성인이 되어 음주문화를 당당하게 즐기고 싶다”는 속내를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술에 익숙하지 않은 신입생이 학기 초 들뜬 마음에 과음을 하게 되는 경우 잘못된 음주습관을 들이거나 자칫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할 수 있어 위험하다. 해마다 어김없이 발생한 신입생 음주 사고는 우리나라 대학의 음주 문화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잘못된 낭만, 신입생 음주 사고

2009년 2월, 국내 A대학에서 신입생 환영회에서 폭탄주를 마신 후 건물에서 추락한 사고가 있었다. 2011년 B대학에서 술을 마신 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사례도 보도되었다. 몸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급격하게 술을 마시면 호흡, 맥박이 느려지고 주의력, 운동능력 등이 저하되는 급성 알코올중독에 걸린다. 흔히 취했다고 표현되는 증상이다. 이러한 증상이 심각해지면 사고로 이어진다. 술로 인해 인사불성이 되어 발생하는 폭행이나 추락, 교통사고 등도 급성알코올중독으로 인한 음주사고에 포함된다.

본래 신입생 환영회는 대학의 특성과 학과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자리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신입생 환영회는 대화보다는 술로써 친분을 쌓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 종교적인 문제나 건강상의 이유로 술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새로운 집단에 쉽게 어울리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술잔을 거절하면 예의 없는 신입생으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사발식이나 의리게임 등 강제로 술을 먹이는 방법도 다양하다. 원샷, 파도타기와 같이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에서 나 홀로 술을 거절하기란 어렵다.

술자리 게임 어플이 등장할 정도로 술자리에 빠지지 않는 것이 게임이다. 보통 술자리의 어색함을 깨고 분위기를 살리기 위함이나 게임 대부분은 게임에 진 사람에게 술을 먹이는 것으로 끝난다. 아예 술을 먹이기 위해 한 사람을 집중 공격하기도 한다. 분위기에 맞춰 게임을 하고 벌주를 마시다 보면 어느샌가 자신의 주량을 훨씬 넘어선다. 게임을 통해 분위기를 살리기도 하지만 게임의 목적이 ‘술’이 되는 순간 게임은 폭력이 된다.

국내 한 포털이 대학생 3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6.3%가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술을 마신다고 대답했다. 술 없이는 타인과 어울릴 자리가 많지 않다는 것. 대학에 갓 들어와 참여하는 모임마다 술이 빠지지 않는 분위기에서는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환영받는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술 없이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어색하고 사람을 만나기 위해 술자리를 찾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전문 다사랑중앙병원 허성태 원장은 “술을 강권하는 선배들의 태도를 배운 후배들은 그 문화를 답습하게 된다.”며 “대학시절 형성된 음주습관은 사회생활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므로, 모두가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성숙한 음주문화로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대학가에 퍼지는 건전음주 붐

대학가에서는 매월 입학시즌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신입생 음주사고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긍정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는 대학에서의 주류 판매와 음주를 금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교내 음주 금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최근 대학 내 잘못된 음주 문화를 반성하는 흐름에 발맞춰 ‘술 없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진행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1월 서울대는 처음으로 술 대신 놀이와 공연이 있는 금주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강동대는 O.T 기간 동안 주류반입을 금지하는가 하면 부산외대는 술 없는 O.T를 위해 음주측정기를 비치했다. 인제대는 합숙 O.T 대신 입학식 이후에 건전한 정보 교류 모임을 추진할 예정이다.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이미 2009년부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금주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술 문화 개선, 선배들의 배려가 필요.

어려운 선배들을 처음 마주하는 자리에서 신입생이 술잔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신입생 환영회는 선배들의 성숙한 술자리 매너가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 음주 전 식사는 든든히, 좋은 안주로 자주 먹이자.

술을 마시기 전 후배들의 배를 든든히 채워주자. 음주 전 음식 섭취는 위가 알코올을 받아들일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만들며 알코올로 인해 위장이 상하는 것을 최소화 시킨다. 공복에 알코올은 술에 빨리 취하도록 만들어 급성알코올중독을 야기할 수 있다.

음주 중에도 안주는 틈틈이 챙기자. 과도한 안주는 뱃살의 주범이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알코올 분해에 도움을 주는 안주들과 함께 먹으면 알코올 흡수 속도를 낮춰주며 숙취도 줄여준다. 저열량 고단백인 생선이나 두부, 비타민이 가득한 과일, 채소류가 좋다.

* 원샷은 NO.

신입생을 맞이해 들뜬 선배들은 '원샷‘을 자주 외칠 것이다. 원샷 후 바로 술잔에 술을 따라 마시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후배들은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정직하게 다 마시는 후배들은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놓을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 똑같은 양의 술을 마시더라도 빠르게 마시면 알코올이 인체에 빠르게 흡수되어 취기를 빨리 느끼게 된다. 아직 자신의 주량을 정확히 모르는 신입생의 경우 빠르게 술을 마시면 자신의 주량을 훌쩍 넘겨버리기 쉽다. 대학 음주사고의 큰 원인중 하나는 폭탄주와 원샷 문화. 자칫 사고를 부를 수도 있으므로 원샷은 되도록 자제 하자.

* 음료와 섞어 마시는 폭탄주도 조심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폭탄주의 도수는 약 10~15도 사이. 몸에 가장 잘 흡수되는 알코올 도수라 쉽게 빨리 취하고 목 넘김이 좋아 많이 마시기도 쉽다. 때문에 술에 익숙하지 않은 신입생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최근 우리나라 젊은 층에도 폭탄주와 비슷하게 술에 이온음료나 에너지드링크, 탄산음료 등을 섞어 맛있게 마시는 방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알코올 흡수를 빠르게 만들어 빨리 취하게 하고 자칫하면 자신의 주량을 훨씬 넘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지난 8일 Northern Kentucky 대학 연구팀은 술과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같이 마시는 것이 술에 더 취하게 만들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 게임 벌칙은 술 대신 장기자랑.

어색한 첫 대면, 술자리는 분위기를 띄우고 서로를 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게임을 진행한다면 벌칙은 술 대신 노래나 장기자랑 등으로 대체하자. 모든 신입생이 한 자리에 모인 소중 한 시간을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선배의 매너다.

새내기의 첫 술자리 대처법

술을 강요하는 문화도 문제지만 주는 대로 무작정 마시는 태도도 문제다. 술을 마실 때는 건강하게, 더 이상 마시기 힘들 때는 나만의 술 조절 요령을 익혀 자신의 몸을 지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사랑중앙병원 허성태 원장의 도움으로 대학 신입생들이 숙지해야 할 술자리 대처법을 소개한다.

* 나의 주량을 모른다면?

스웨덴 생리학자 위드마크(Widmark)의 이름을 딴 위드마크 공식[(섭취한 술의 양x알코올 농도x알코올 비중)÷(체중x남여성별계수)]은 체중을 통한 혈중 알코올 농도 계산법이다. 개인마다 컨디션, 건강상태 등에 따른 알코올분해 속도는 다르다. 하지만 아직 자신의 주량을 확실히 모르는 신입생은 이 공식을 통해 자신의 대략적인 주량을 미리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체중이 70kg인 남성을 기준으로 알코올 분해 시간은 소주 1병을 마셨을 때 약 4시간, 체중이 60kg인 여성은 6시간이 걸린다. 막걸리의 경우는 남자는 약 3시간, 여자는 약 4시간이다.

* 술 알레르기 체질이 있다.

체질적으로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신입생들은 자신에게 ‘술 알레르기’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특정 음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음식 알레르기가 있듯이 술도 알레르기 체질이 있다. 알코올 분해 능력은 선천적이다. 술을 마시고 온 몸이 빨개지거나 혀가 꼬이는 등의 증상이 있다면 ‘술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것. 몸이 알코올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적당한 수준에서 술잔을 내려놓자. 자신이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정중하게 거절하고 현재 상태를 설명하는 것이 좋다.

* 물을 활용하라.

술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위기’. 선배가 주는 술을 거절하기 어렵다면 술잔 옆에 물 한잔을 준비해놓자. 건배할 때는 술잔으로 하되 미리 준비한 물을 마시면 분위기도 맞추면서 음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물은 알코올분해에 꼭 필요하며 이뇨작용을 촉진해 술 깨는데 도움을 준다. 음주량을 조절하면서 분위기도 맞춘다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 많이 묻고 대답하라.

신입생 환영회는 선․후배가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다. 음주보다는 대화에 목적을 두자. 술자리에서 많은 대화는 술에 덜 취하도록 돕는다.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의 약 10%정도는 호흡을 통해 배출된다. 큰 소리로 자기소개를 하고, 많이 웃고 대화를 한다면 선배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음은 물론 술도 덜 취할 수 있다. 다만 고성방가로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조심하자. 대화와 함께 하는 술자리는 폭음을 방지하고 앞으로 대학생활을 함께 할 사람들을 알아가는 좋은 자리가 된다.

* 일꾼이 되어라.

계속되는 술잔이 부담스러운 학생들은 일꾼이 되자. 아마 모든 신입생들은 대학생활을 함께 할 선배, 동기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을 것. 술잔이나 물 등 필요한 것이 있을 때 “제가 가지고 오겠습니다.”라며 계속해서 몸을 움직인다면 적극적인 신입생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움직이므로 술잔을 받는 기회도 적어진다. 또 몸을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술도 더 빨리 깨는 1석 3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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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치선 기자 charity19@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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