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도전 꿈꾸는 청년층에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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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독립영화 제작사 필름에이지가 지난해 ‘마을 브랜드화를 위한 장편 독립 예술 영화 콘텐트 제작’ 사업의 일환으로 전남 화순군 도장면에서 장편영화 ‘희미하게 뚜렷하게’를 촬영했다. 도장마을의 정월례(82) 할머니가 주인공을 맡았다.

‘12월 31일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고 1월 1일 대출을 받는다.’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의 배우 폴 뉴먼과 그의 친구 A. E. 허츠너가 1980년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두고 드레싱을 팔면서 시작된 기업 ‘뉴먼즈 오운(Newman’s Own)’의 경영 철학이다. 뉴먼과 허츠너는 첫 해 수익금 전액을 제3세계 난치병 어린이 등을 위해 사용했다. 이후부터 매년 말일 수익금을 전부 기부하고 빈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30여 개 나라 아이들을 돕고 있다.

 새정부의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회적기업’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인증 받은 사회적기업이 지난해 12월 기준 774개가 있다. 예비사회적기업까지 포함하면 2400개가 넘는다. 사회적기업이 증가하면서 2007년 1400여 명에 불과했던 취약계층 근로자가 현재 1만1400여 명으로 8배 이상 늘어났다. 다양한 분야와 유형의 사회적기업이 생겨나면서 장애인이나 고령자, 저소득층뿐 아니라 결혼이민자나 경력단절여성, 청년 예술가 등 폭넓은 계층이 취업의 기회를 얻었다. 정부와 언론, 사회적기업지원기관들은 연일 ‘사회적기업’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

 반면 사회적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다. 2009년 (사)사회적기업연구원(원장 조영복)이 발표한 ‘사회적기업 인지도’에 따르면 응답자의 50.1%가 사회적 기업을 ‘비(非)인지’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해 본 적 있다는 응답자는 10%에 불과했다.

 노동부에서 ‘사회적기업육성법’을 제정한지 6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하 진흥원) 김재구 원장(사진)에게 사회적기업의 현황과 전망을 들어봤다.

 - 사회적기업 ‘아름다운 가게’ ‘빅이슈 코리아’ 등은 국민의 참여가 없었다면 성공할 수 없었다. 매력이 무엇인가.

 “사회적기업은 사회서비스 제공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동시에 일자리를 창출해 낼 수 있는 대안으로 가능하다는 매력이 있다. 사회적기업의 의미와 가치를 접한 사람들은 윤리적 소비 차원에서 구매해주는 경우가 많다. 기업 스토리를 듣고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구매하기도 한다. 한편 지역사회를 재생시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긍정적 변화도 가져오고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 정부의 손이 닿지 못하거나 시장의 영역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부분을 사회적기업이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하지만 취약계층 고용으로 생산력 저하 혹은 손실 등 현장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그렇다. 사회적기업은 총 근로자의 60%가 취약계층이다. 따라서 민간기업에 비해 높은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이를 위해 민간기업의 측면 지원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경영 노하우와 역량을 보유한 민간기업의 시장 판로 개척 및 수요 정보 교류 지원 등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회적기업의 경쟁력과 자생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대기업의 지원은 이러한 맥락에서 긍정적이다. 현재 상당수의 대기업이 공생발전 및 사회공헌 차원에서 사업비나 컨설팅, 제품 구매, 교육 등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원형태도 광고, 유통망, 노동조합 기술봉사 등 다양하다. 이는 사회적기업을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게 하는 바람직한 협력모델이다.”

 - 시장경제에서 ‘창의성’을 품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것이 현실 아닌가.

 “청년들의 사회적기업 진출로 시장논리의 생존 방법에 하나의 지평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혁신적이고 글로벌한 사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창의적인 도전을 통해 현실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가치있는 일’에 삶의 윤택함을 결합하려는 욕구가 큰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하는 제3세계 지원사업을 사회적기업 마인드로 접근하는 청년들이 있다. 진흥원은 이들을 다방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가.

 “사회적기업은 청년층과 체질적으로 잘 맞는 형태의 조직이다. 변화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회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청년층의 특성 때문이다. 진흥원은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사회적기업 창업에 필요한 공간·사업비·멘토 등을 지원한다. 고용 없는 성장시대에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꿈꾸는 청년층에게 일자리 창출의 희망이 될 것이다. 올해 사업을 위해 현재 권역별 위탁운영기관을 선정하고 있으며 3월 초에 ‘사회적기업가(팀)’ 모집을 시작할 예정이다.”

 - 사회적기업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사회적기업가는 일반 기업가보다 어려운 일이다. 경영과 소셜 미션(social mission)을 통합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람이 있는 대신 많은 역량과 노력,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사회적기업가가 되려는 마음을 먹었다면, 먼저 자기가 비즈니스 방식으로 해결해보고 싶은 사회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그 다음엔 사회문제를 둘러싸고 있는 정책환경이나 시스템 상의 문제, 시장 환경 분석 등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해야 한다. 이 과정은 사회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력과 인간애를 바탕으로 해야한다. 사회 갈등과 양극화를 극복해야 하는 시대의 사명을 실현하고자 하는 분들이 사회적기업을 활성화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이바지해주기를 부탁드린다.”

배은나 객원기자

◆사회적기업(social enterprise)=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 · 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 및 조직.


◆시선집중(施善集中)=‘옳게 여기는 것을 베푼다’는 의미의 ‘시선(施善)’과 ‘한 가지 일에 모든 힘을 쏟아붓다’라는 의미의 ‘집중(集中)’이 만났다. 이윤 창출은 물론 나눔을 실천하면서 사회공헌에 앞장서는 기업들의 활동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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