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삼보, '이보다 나쁠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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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나쁠 수 없다' '이보다 좋을 수 없다(As good as it gets)'를 제목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도 있었지만 정확히 그 반대의 표현이 현재 프로농구 원주 삼보의 현주소임에 틀림없다.

잦은 외국인 선수 교체의 여파로 창단 이후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는데다 감독의 중도 사퇴 등 '엎친 데 덮친' 격의 난국에 빠져 있는 것이다.

지난 25일 대구 동양전 패배로 7연패에 빠지면서 7승17패의 참담한 성적으로 10개 구단 중 꼴찌로 떨어지자 김동욱 감독은 스스로 옷을 벗었다.

주전 포인트가드 신기성의 군입대와 간판스타 허재의 노쇠화도 전력 하락의 요인이긴 하지만 이처럼 삼보가 '만만한 팀'으로 전락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용병 농사의 실패다.

애초에 안드레 페리와 조나단 비어봄을 뽑았던 삼보는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수준 미달의 비어봄을 해리 리브즈로 갈아치웠으나 리브즈 역시 기량 부족을 드러내 전력 약화를 가져왔다.

결국 지난 16일 LG전을 마지막으로 리브즈를 찰스 맨트로 대체했으나 이번에는 맨트가 부상 사실을 숨기고 계약하는 바람에 다시 퇴출하는 내홍을 겪었고 그 동안의 성적은 7연패의 급락세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국내 선수들의 사기도 급격히 떨어졌다.

올시즌 '일 한번 내보자'며 각오를 다졌던 허재, 양경민 등 국내 선수들은 함께뛰는 용병들이 제몫을 못해내자 패배주의에 젖기 시작했던 것. 오죽하면 플레잉코치인 허재가 "우리 팀이 천신만고 끝에 득점하면 상대 외국인선수의 골밑 공세에 쉽게 점수를 내주기 일쑤"라며 "힘들고 신이 안나 못하겠다"고까지 했을까. 하지만 '어둠의 끝에는 빛이 있다'는 말처럼 새로 사령탑에 오른 전창진 감독대행의 어두운 표정 속에서도 일말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보다 나쁠 수 없기' 때문에 최소한 지금보다는 나아질 수 있다는 게 전감독대행의 견해다.

전감독대행은 "용병 선발이 문제였지만 믿을 만한 외국인 선수를 보강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초반 선전할 때의 분위기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28일 삼보는 맨트의 교체 요원으로 올해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을 졸업한 중앙아프리카 출신의 센터 패트릭 은공바(24)를 선발했다.

아직 기량이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2m, 100㎏의 탄탄한 신체조건을 지니고 있어 허약한 삼보의 골밑을 보강시켜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잇따른 외국인 선수 선발 실패의 내홍 속에 총체적 난국에 빠진 삼보가 은공바와 함께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올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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