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에 헌정되는 3인] 학술원 이호왕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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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뛰어난 업적을 남긴 과학기술인이 존경받는 사회가 돼야 발전이 있습니다. 아직 멀었어요."

대한민국 학술원 이호왕(75.사진) 회장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사실에 대해 "역사적인 인물로 뽑혀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과학기술자를 예우하는 사회 전반의 인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쉬움을 표했다.

프랑스의 파스퇴르 연구소,이스라엘의 바이스만 연구소 등 서구 선진국들이 훌륭한 과학기술자를 영원히 기념하는 사업을 벌이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이름 붙여주기에 무척 인색하다는 것.

사람 이름이 들어간 서울시내 거리는 '세종로'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李회장은 꼬집었다. 예를 들어 서울의대 앞 거리를 '대학로'가 아닌 '지석영로'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과 같은 산 교육장이 진작에 만들어졌어야 했는데 한참 늦었단다.

李회장은 1970년대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의 병원체를 발견,'한탄바이러스'로 명명한데 이어 예방백신을 처음으로 개발해 세계인류 복지에 기여했다.

그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전시물로 1970년대부터 작성했던 각종 실험 기자재와 빼곡히 채워넣은 실험노트를 기증할 계획이다.

李회장은 "요즘 젊은 과학자들은 돈이 없어서 연구를 못하겠다고 하는데 안타까울 뿐"이라고 후학들을 질타했다.

산과 들을 찾아헤매며 어렵게 바이러스를 발견할 당시 李회장은 6년간 10만달러를 받으며 목적을 달성할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미국이 4천만달러를 들여서도 이루지 못한 일이었다. 李회장은 "돈보다는 아이디어가 일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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