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농구 감독 해임과 사임 사이···

중앙일보

입력

프로농구 삼보 엑써스의 김동욱 감독이 연패의 책임을 지고 27일 물러났다.구단 발표는 ‘사임’이지만 단장이 불러 물러나라고 했으니 사실은 ‘해임’이다.

사임과 해임은 큰 차이가 있다.직접적인 차이는 돈이다.사임의 경우 구단과 맺은 고용 계약을 파기한 책임을 감독이 진다.잔여 임기 동안의 연봉을 받을 수 없다.해임이라면 남은 연봉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나산 플라망스(현 코리아텐더 푸르미) 코치였던 연세대 김남기 감독은 사임 요구를 끝까지 거절하고 잔여 연봉을 받았다.물론 대부분의 감독들은 이 권리조차 지키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치사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난 시즌에는 동양 오리온스의 최명룡 감독이 같은 방식으로 물러났다.요식 행위라며 구단측이 내민 사직서에 사인을 하는 바람에 잔여 연봉을 받지 못했다.구단은 기술고문을 맡긴다고 했지만 “훈련장 출입을 삼가라”는 단서가 붙었다.

사임식 해임이 배려로 여겨지는 측면도 있다.감독들은 잘렸다는 표현을 극도로 싫어하며 “다른 종목 감독들도 마찬가지”라며 자위한다.하지만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에는 계약금이 있어 중도 해임에 따른 금전적 손실을 어느 정도 보상받는다.

이번 일을 놓고 엑써스 구단만 비난할 수는 없다.프로농구 전반에 걸쳐 관행이라는 이름의 편법이 횡행하기 때문이다.한국농구연맹(KBL) 규정에는 감독 계약은 3년이 원칙이라고 돼있지만 사문화된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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