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이 사람] 전병욱 LG유통 과장

중앙일보

입력

LG유통 개발1팀 전병욱(36.사진)과장에겐 남다른 버릇이 있다. 곁눈질이다. 길을 걸을 때에도, 차를 운전할 때에도 연신 곁눈질을 하는 바람에 차량 접촉사고를 일으킨 적도 여러 번이다.

全과장은 자신의 곁눈질 버릇이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말한다.

그는 LG유통에서 운영하는 편의점 LG25에서 점포를 개발하는 일을 맡고 있다. 목 좋고 임대료가 싼 가게를 찾는 것이 지상과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런 버릇이 생겼다는 것이다.

"평소 좋은 점포를 눈여겨 봐야만 가게가 나왔을 때 남들보다 빨리 차지할 수 있습니다. 사전에 눈도장을 찍어놓아야 가능한 일이죠."

그는 1993년부터 슈퍼마켓 50여곳,편의점 30여곳의 점포를 개발했다. 그 중 편의점 한 곳을 제외하곤 모두 흑자행진을 하고 있다.

全과장은 "점주들이 모두 열심히 한 덕분"이라고 말하지만 그의 치밀한 상권분석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全과장이 편의점 한 곳을 열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는 기간은 평균 2주일.이 기간에는 집에도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시간대별로 유동인구를 분석하고 사람들이 움직이는 선(線)도 조사해야 한다. 주변에 유동인구가 많다하더라도 유독 그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은 적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건물 옥상에서 하염없이 아래를 내려다보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밤을 꼬박 새우는 날도 허다하다. 낮엔 많던 사람이 밤엔 싹 사라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옥상에 올라가거나 가게 앞에 종일 쪼그려 앉아 있다가 오해를 받고 쫓겨난 적도 많았지요. 아무리 자세히 설명을 해도 무슨 사고를 낼 것처럼 보이는지 기피하더라구요."

편의점은 그동안 점포가 많이 생겼지만 여전히 괜찮은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업의 성공 여부는 절대적으로 점포선택에 있는 만큼 "점포를 고를 때 귀가 얇아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그는 "지금 잘되는 가게도 하루 아침에 삼류 점포가 될 수 있다"며 "편의점을 운영하는 회사에만 맡기지만 말고 직접 발품을 팔아 조사를 해야 좋을 가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