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총리 청문보고서 채택 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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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가 22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22일로 예정됐던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보류됐다. 청문특위 원유철(새누리당) 위원장은 회의에서 “여야 간사 합의에 따라 경과보고서 보완과 원만한 처리를 위해 26일 오후 1시 (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안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자료 제출 미흡으로 인한 검증 부실 등을 채택 연기의 이유로 내세웠다. 애초 여야는 청문회 셋째 날 일정을 마친 이날 오후 보고서를 채택하고, 26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었다.

 국회법에 따르면 특위가 보고서를 본회의에 제출하지 않으면 심사가 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이 경우 국회의장(강창희 의원)이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수 있다. 하지만 강 의장은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 후보자의 보고서 채택이 불발됐을 때 “여야 합의 사안에 대해 의장이 직권상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은 즉각 반발했다. 특위 여당 간사인 홍일표 의원은 “오전까지만 해도 채택에 별문제가 없어 보이더니 갑자기 책임총리로 (정 후보자가) 부적합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정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을 연기한 이유로 ▶전관예우와 재산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책임총리로서의 역량이 낙제 수준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특위 민주당 간사인 민병두 의원은 청문회에서 “전관예우 의혹을 해명할 수 있는 법무법인(로펌) 로고스의 수임료와 급여 자료가 제시되지 않으면 임명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보고서 채택을 보류한 이유가 다른 곳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대여 압박용 카드로 쓰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홍일표 의원은 “(민주당이) 직접적으로 조직개편안을 얘기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개편안과 정 후보자 임명을 연계해서 처리하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론 청문보고서 채택과 조직개편안 협상이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정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점이 보고서 채택 연기의 핵심적인 이유다. 이를 조직개편안과 연결시키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당 관계자는 “방송의 공정성을 위해 최소한의 방송정책을 방송통신위에 존치하는 개정안을 제시했지만 새누리당이 부정적인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어 우리의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시각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글=강인식·손국희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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