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자본주의 10년 3인 좌담]

중앙일보

입력

개혁 10년에 대한 러시아 내부 평가는 후하다는 느낌을 준다. 모스크바 정치.정세연구소의 발레리 표도로프(31)소장,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의 알렉세이 말라셴코(50)상임연구원, 투자전문회사 르네상스 캐피털의 알렉세이 모이세예프(27) 3인과 좌담회를 마련했다.

-개혁실험 10년이 성공했나.

말라셴코=성공과 실패가 반반이라고 본다. 소련 붕괴 후 내란이 없었고 민주주의를 채택했고 공산주의가 사라졌다는 점 등은 성공이다. 그러나 91년 제시된 개혁의 주요 과제들이 미완성이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도 미완성이다. 경제는 생존에 급급한 실정이다. 부패와 옐친 일파의 영향력 등 문제가 많다.

표도로프=어려운 시기는 지나갔고, 개혁이 방향을 잡아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

모이세예프=경제만 놓고 보면 성공의 길로 접어들었다. 과거와 달리 소비.투자가 늘고 있다. 경제의 선(善)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경제집중화 현상이 있지만 근본적 문제는 아니다.

-지난 10년의 중심은 보리스 옐친이었다. 그에 대한 평가는.

말라셴코=그의 시대는 파괴.붕괴의 시대였다. 그러나 비난만 할 수는 없다. 구체제를 바꾸고 새로운 원칙을 도입하려면 파괴는 불가피하다. 그는 이를 할 수 있는 전형적인 러시아 정치가였다. 그의 덕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본격 준비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표도로프=동의한다. 그의 시대는 건설보다 파괴에 집중한 시기다. 현재의 기틀을 짜기 위한 파괴였다. 미래의 기초원리를 모색하던 시기였던 것이다.

-앞으로의 정치.경제상황 전망은.

모이세예프=내 나이 또래면서 한창 혼란스러울 때 외국으로 나갔던 젊은이들이 돌아오고 있다. 러시아의 비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경제와 투자 모든 것은 멘탈리티(심리)의 문제인데 그것이 살아나고 있다. 러시아 경제의 미래를 낙관한다.

표도로프=옐친시대 경제를 좀먹던 올리가르키(과두지배재벌)나 마피아의 힘도 전 같지 않다. 모두 정치.경제상황이 나아졌음을 보여준다. 자원분야는 구조조정 중이고 투자도 늘고 있다. 새로운 경영기법도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모스크바=안성규 순회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