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외환딜러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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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외환 딜링룸이란 곳을 잠깐 들어가봅시다.

젊은 직원 한 명이 전화기를 들고 뭐라고 외치고 있네요. 다른 사람들도 전화기로 통화하거나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군요. 이 사람들이 외환딜러입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직접 사고파는 사람들을 외환딜러라고 해요. 일반인들은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거래할 수 없답니다. 정부로부터 외환거래 허가를 받은 국내 은행 및 외국계 은행의 딜러들만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거래합니다.

일반 회사나 개인들은 은행에서 달러를 사거나 팔 수 있습니다. 큰 회사는 딜러들에게 직접 거래를 부탁하고, 작은 회사나 개인들은 정해진 환율로 은행 창구에서 달러를 사거나 팔게 됩니다.

다시 은행 딜링룸을 봅시다. 딜러가 컴퓨터를 열심히 들여보더니 전화기를 들고 달러를 사자고 주문하는군요. 딜러로부터 주문을 받는 곳은 브로커 회사예요. 마침 다른 은행의 딜러가 이 브로커 회사에 같은 값에 팔자는 주문을 했네요.

즉시 거래가 이뤄졌고, 거래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컴퓨터 단말기에 떴습니다.'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란 두 회사가 이런 식으로 딜러들간의 거래를 중개해주는 브로커 회사입니다.

이 곳이 바로 외환시장이죠. 주식의 경우 여의도에 있는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되지만, 외환시장은 눈에 보이는 어떤 장소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딜러들이 일하는 딜링룸과 브로커 회사 사이에 연결된 전산망과 전화망이 바로 외환시장이랍니다.

물론 은행이나 기업이 브로커 회사 없이 직접 연결해 달러를 사고 팔 수도 있지만, 보통 외환시장이라고 할 때는 딜러들의 거래가 이뤄지는 곳을 말하죠.

서울 외환시장에서 일하는 외환딜러는 80명 정도 됩니다. 이들을 은행간 딜러라고 해요. 이들 말고 큰 회사로부터 달러를 사거나 팔아달라는 주문을 받는 사람은 대고객 딜러라고 하죠. 환율을 시장에서 결정하는 사람들은 은행간 딜러들이므로 흔히 딜러라고 하면 은행간 딜러를 뜻합니다.

딜러들은 하루하루 피말리는 전쟁을 한다고 하죠. 전화 한 통화로 수억원, 수십억원의 거래가 체결되고, 얼마나 이익봤는지, 아니면 손해봤는지 즉각 알게 되므로 잠시라도 긴장을 풀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딜러들이 하루종일 치고받으면서 사고 판 달러 가격을 평균(거래량까지 고려해)한 것을 매매기준율이라고 합니다. 이 것이 다음 날 외환거래를 시작하는 기준 환율이 됩니다. 또 은행이 고객과 달러를 사고 팔 때 매매기준율에 은행의 수수료를 붙여서 거래한답니다.

이세정 기자 s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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