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누구의 예금이든지 비밀은 보장됩니다"|가장 안전한 금고|<스위스 은행> 이 얘기·저 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세계 수많은 은행 중에서도 「스위스」의 은행은 가장 신용있는 은행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스위스」 은행이 고객의 예금에 대해 절대적인 비밀을 보장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은행의 비밀보장은 「히틀러」도 깨뜨리지 못했으며 미국의 「FBI」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기 때문에 세계의 재산가·왕 또는 독재자들이 「스위스」 은행을 안전한 금고로 삼고 있다. 그리고 또 국제마약밀매단 등 범죄단체가 거래자금을 송금하는 것도, 국제간첩이 공작금을 공급받는 것도 이 「스위스」 은행을 통해서이다. 은행 고객의 비밀을 국법으로 보호하고 있는 「스위스」 은행을 둘러싼 이야기 두토막을 실어본다.

<히틀러 압박도 무용|독특한 장부기재법>
제1화 1934년 「히틀러」가 독일에서 정권을 잡은것에 자극을 받은 중류이상의 독일인 가운데는 재산을 「스위스」 은행에 예금하는 경향이 많았다.
「히틀러」는 「스위스」 은행에 예금한 자는 정부에 신고하라고 했지만 이에 응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히틀러」는 비밀경찰 「게스타포」의 첩자를 「스위스」에 밀파하여 독일인 예금자의 명단을 작성케 했다.
은행 여자행원을 포섭한 독일의 첩자가 한사람의 예금자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으나 독일정부가 그 얘금자의 돈을 「스위스」 은행에 요구하자 「스위스」의 은행과 정부는 비밀누설에 크게 당황하여 결국 예금내용을 누설하는 자에게 징역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은행법을 개정하게 되었다.
이 법에 의해 「스위스」 은행은 대통령, 법원 또는 세무서로 부터도 비밀보장에 대한 간섭을 받지 않게 되었다. 그 후 「히틀러」는 더 이상 얘금자들의 실태를 알 수 없게 되자 「스위스」정부와 은행에 대해 그것을 알려주지 않으면 폭격이라도 단행하겠다고 강경하게 나섰다.
그러나 「스위스」의 은행은 이러한 협박에도 끄덕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제 2차대전이 끝나자 이번에는 미국이 「스위스」 은행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즉 미국은 재산동결을 이유로 「스위스」정부와 은행에 재무장관의 공문을 띄워 독일인의 예금 내용을 보고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이 당시 「히틀러」 다음가는 제2인자 「게링」 장군도 「스위스」 은행에 8백만「달러」를 예치해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은행법을 개정해서라도 독일인의 얘금 내용을 알려달라고까지 압력을 가해왔던 것이다.
「스위스」 은행이 미국의 요구를 딱 잘라 거부하자 미국은 그 보복으로 미국안에 있는 「스위스」은행 지점에 FBI를 보내어 장부를 조사했으나 그 기재방식이 독특하여 알아내지 못하고 영업을 폐쇄시키고 말았다.

<막대한 미 원조자금|이란 왕실서 유용설>
제2화 1965년 4월 「이란」왕실이 미국의 원조자금을 「스위스」 은행을 통해 부정처분했다는 어마어마한 이야기가 폭로되었다.
「제네바」에 살고있는 「이란」인 「카이발·칸」이라는 사람이 증거서류를 갖추어서 조직적으로 폭로한 내용을 보면 「이란」 정부는 1962년에 미국으로부터 9천8백만「달러」의 원조를 받아 그 절반을 왕실이 낭비하거나 외국인들에게 주었다고 했다.
돈받은 외국인 가운데는 「알렌·덜레스」전 CIA장관, 「헨리·루스」 「타임·라이프」잡지 사장 「데이비드·록펠러」 「체이스·맨해턴」 은행장 등도 들어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같은 폭로에 대한 「스위스」 은행의 반응이 재미있다.
이 폭로 때문에 미국·「이란」 및 「유럽」의 정계가 시끄러워졌으나 「스위스」 은행은 침묵만 지키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미국 상원에서는 이 문제의 조사위원회까지 만들어 위원장 명의로 「스위스」 은행의 해명을 요구했으나 은행은 다만 『이 문제에 모른다. 비밀예금번호라는 것도 우리 은행것이 아니다.』
「스위스」 은행의 이러한 비밀보장은 정치적 말로를 만난 독재자들에게는 안성마춤이다.
그래서 「아르헨티나」의 「페론」, 「쿠바」의 「바티스타」, 「이집트」의 「파루크」왕, 「이라크」의 「파이살」왕 등이 수백만「달러」를 얘금했으며 「콩고」의 「촘베」도 많은 돈을 맡겨두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프란체스카」 여사가 「스위스」 은행에 많은 돈을 얘금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던 것도 이러한 「스위스」 은행의 특성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도 정확한 사실을 알아낼 수는 없으니 추측과 낭설만이 맴돌 뿐이다. <외신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