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미행협에 관하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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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미 한·미양국의 당무자들에 의해서 조인을 본바있는 행정협정의 비준동의안이 이번 국회에서 크게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협정의 내용도 여러가지로 비판의 대상이 되어있다는것은 더말할것도없고, 협정문이 『한국어와 영어로 본서 2통을 작성하였다. 양본은 동등히 정문이나, 해석에 상위가 있을 경우에는 영어본에 따른다』는 규정이 있어 우선 이것부터가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것이다.
한·미양국의 관계는 너무나 긴밀하고 심각한것이기 때문에 일부에서 말하는 바와갈이 『굴욕적』이라는등의 용어를 가지고 비판하는것은 물론 부당하다고 하지않을수없다. 그러나 적어도 양국은 피차에 주권국가로서 상호간의 권리를 존중하고 또 체면을 손상치않는 세심한 주의를 경주하였어야 할터인데 그점에 있어 다소 유감된 일이 아닐수없다. 『해석에 상위가 있을 경우에는 영어본에 따른다』는것은 물론 그리 중요한 것이라고는 할수 없을는지 모르나 그래도 이것은 한국어 정본의 존재의의를 심히 흐리게 하는것으로 환영할 바가 못되는것이다. 외무부 당국은 이것이 편의상 블가피한것이었다는 것을 변명하고, 차후 여사한 일은 다시 없을것이라고 다짐하고있으나 우리는 역시 이와갈은 사고방식이 한·미외교의 전통이 되지나 않을까를 두려워 하는것이다.
한·미외교뿐만아니라 한·일외교 또는 기타의 다른나라와의 외교에 있어서도 혹 그와같은 안이하고 즉흥적인 태도를 보이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국가의 이익』을 위하여 크게 우려되는 것이라고 하지않을수 없다. 『과공은 비례』라고도 한다. 지나친 양보는 오히려 화를 후일에 남김으로써 불화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는것이다. 이점에 있어 외무당국은 좀더 신중을 기하는 여유를 보여주기 바라는것이다.
이번국회에서도 바로 논의의 대상이 될것은 이와같은 종류의 지나친 양보에 연유하는 문제들이다. 이미 본난은 행협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논평을 가하고, 이상적이 아닌점을 지적한바 있으므로 재논을 피하겠으나 요는 장구한 시일을 경하여 이루어진 협정으로서는 너무나 절위의 성과가 적다는것이다.
행협본문의 내용에 관해서도 국회는 많은 심의를 하겠지만 우리가 매우 판단하기 곤란한것은 행협본문과 소위 합의의사록과의 불일치점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것이냐하는 문제이다. 물론 본문과 합의의사록이 모순을 노정하는 경우에는 본문이 우선한다고 하면 그만이겠지만, 그래도 국회는 이문제를 명백히 해둘 필요가 있는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협정본문을 무색하게하는 합의의사록이라는것은 원래 있을수 없는것이나 이번의 경우는 사실이 그러하게 되어있다. 비준동의안이 가결되기전에 이문제가 해결되지않는다면 장래 커다란 분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것이다.
요즘 KSC의 지위에 관하여도 상당히 견해의 대립을 보인바있는데 이문제만해도 협정본문과 합의의사록과의 내용상의 차질이 가져오는 예견된 분규라고 하겠다.
행협에대한 비준사의문제는 결코 여당과 야당의 구별을 가지고 이해관계가 대립될수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야말로 초당 외교로써 국가의 실익을 도첩하는 방향에서 협력이 있어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외무부당국도 독주의 인상을 보이지말고 국회의 견해를 경청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견해를 납득할수 있도록 충분히 개진할 필요가 있을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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