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사이트 빠진 회사원 10여일 만에 2억대 흥청망청

중앙일보

입력

"우연히 알게 된 사이트 때문에 그만…."

룸살롱 재미에 빠져 회사돈 19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 20일 경찰에 붙잡힌 채권매매회사 직원 郭모(27.강원도 속초시)씨의 한탄이다.

그가 흥청망청한 생활에 빠져들기 시작한 건 지난 4월. 전국의 인기 유흥주점들을 소개하는 '유흥 포털' V사이트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선전한 룸살롱에 가 즐긴 뒤 카드로 1백만원을 긁으면서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했지만 사이트가 소개하는 다른 업소들도 가보고 싶어졌다. 그러면서 진 카드빚이 석달 만에 4천여만원이 됐다.

지난 8월 특별한 직업없이 룸살롱을 들락거리던 같은 사이트 회원 李모(27.충남 서천).양모(22.서울 장충동)씨를 만나면서 씀씀이는 더 커졌다.

郭씨는 유흥비를 조달하려고 지난달까지 채권구입 명목으로 4억여원의 회사돈을 빼돌렸다. 그리고 그 사실이 탄로날 지경이 되자 아예 李씨 등과 크게 한탕하기로 작전을 짰다. 지난 8일 이들은 인터넷 뱅킹을 통해 11억여원을 빼돌리고 채권 4억여원어치를 훔쳐냈다. 거액을 쥔 이들은 체어맨 승용차로 속초.대구.부산 등의 룸살롱을 매일 마음놓고 전전했다. 수백만원짜리 명품 구두도 사 신었다. 이렇게 10여일 동안 탕진한 돈이 2억5천여만원.

郭씨는 회사측 신고를 받고 휴대폰 위치 추적을 한 경찰에 의해 부산 해운대 콘도에서 붙잡혔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21일 세 청년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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