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머니즘 김두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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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두어달전에 서대문밖홍제동 할미당의무당굿을 구경갔었다. 때마침 50이될락말락한, 옷차림은 근사하나 얼굴에는 어딘가근심스러운듯한표정이 보이는 중년신사한분이 부인과함께 자가용고급차로들어오더니 자기가 입었던 양복을 벗고 무당이주는 횐옷을 몸에걸친뒤에 그제물앞에꿇어앉았다.
그때 무당은 울긋블긋한 활옷 (활의) 을입고 바른 손에는 칼, 왼손에는 삼지참 (삼지창)을 들고 그신사의 전후좌우의 신변을 휘두르면서 그에게 걸린 병마가 체외로 축출되었다는 느낌을 줄때까지 갖은요술을부린다.
얼마뒤에 그 신사가『이제는 병마가 쫓겨 나가버린것 같습니다. 심신이 모두 상쾌합니다.나의병은 나았습니다. 무당님 감사합니다』하고 돌아가버린다.
대다수의 가정 부인들이 그의 자녀들이결혼할 때에 먼저 쌍방의 궁합이 좋은가 나쁜가를 살피며 때로는 좋은 날을 택하기 위하여 날받이의 집을찾기도 한다.
이런 현장들은 어느학술적근거나 합리적이론에서가 아니고 원시신앙에서 일어나는 미신적공론의 망상에 지나지 않는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사회의 많은 신사숙녀들이 여기에서 헤매고있다.
조국의 근대화를 부르짖는 제2차5개년계획을 서두르는 이때에 산업·경제나 과학기술의 근대화와함께 아직도 원시생활의 신비적마술에 걸려있는 이런 대중들을 근대화의 방향으로 선도할 정책을 강구해야 되리라고본다.
우리사회에서는 「일본위」라는 말을 흔히듣는다. 그러나귀결은 「사람본위」이지 일 본위는 아니다. 이런 대중들을 먼저 근대화함으로써 우리의 당면한중대과제인 조국의 근대화가 하루라도 더빨리 성취되리라는신념을 여기에서 헤쳐본것이다.<서울대명서교수·둔사학· 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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