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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헝그리맨' 신승환 악역·엽기개그 눈길

중앙일보

입력

"대본을 받아보니 진짜 나쁜 놈이더라고요. 그래서 마구 욕을 해댔죠. 그런데 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감독님이 '네 배역이야'라고 하시더라고요."

신승환(23) . 그는 최근 시청률이 급상승 중인 SBS 수.목 드라마 '피아노'에서 어리숙한 건달 '석철' 역으로 출연했다.'했다'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4회부터 시작해 출연 5회만인 지난 13일 주인공과의 격투 끝에 죽었기 때문이다.

"이제 뭔가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벌써 사라지게 돼서 너무 아쉬워요."

그는 자신을 '헝그리 배우'라고 소개한다. 2년 반 전까지만 해도 그는 대학(서울예대) 선배인 탤런트 차태현의 로드 매니저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발로 뛰며 차태현을 널리 알리는 게 그의 임무였다. 낮밤이 따로 없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타고난 붙임성으로 PD와 연예인들 사이에서 "끼가 철철 넘친다"는 평을 들었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은 개성있는 얼굴이 재산이었다. 여기에 팔도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몇몇 PD들의 눈에 띄었다. 2년 전부터 오락 프로에 게스트로 간혹 얼굴을 내민 건 그 덕분이다.

이런 그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10월 SBS '기분좋은 밤'에서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물론 점잖은 역은 아니었다. 어색한 분위기에서 맞선을 보는 남녀에게 웃음을 안겨주는 '기쁨조'라는 이름의 '쇼'단으로 나선 것이다.

이 코너에서 그는 차력을 빌린 엽기적인 쇼로 단연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요즘 개그 프로의 주요 소재가 된 '차력' 열풍의 원조가 그인 셈이다.

손톱으로 등을 긁어 글씨를 쓰면 알레르기 반응에 의해 살갗이 빨갛게 부어오른다. 일명 '알레르기 쇼'. 매운 양파를 통째로 베어먹고, 고무장갑을 얼굴에 뒤집어 쓴 뒤 입김을 불어서 터지게 한다.

또 주방용 비닐랩을 두 사람의 얼굴에 한꺼번에 씌우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당기는가 하면, 드라이 아이스를 입에 넣고 콧구멍으로 바람을 뿜어낸다. 어찌 보면 위험스럽기까지 한 '쇼'들로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너무 심하다는 지적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3분간의 쇼를 위해 일주일 내내 머리 싸매며 고통스러워했다면 믿으시겠어요 □ "

그가 만들어낸 유행어가 있다. 쇼를 할 때 '따이 따이 따이'라고 외치는 기합이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그를 가리키며 이 기합을 중얼거린다고 한다.

이런 신승환을 충무로에서도 주목하고 있었다. 올해초 러브 콜이 들어왔다. 비록 많은 장면은 아니지만 영화 '신라의 달밤'에 얼굴을 내밀었다. 내년에는 '개판'이라는 영화에 주요 배역으로 출연 요청을 받아놓고 있다.

"저, 독한 놈이에요. 반드시 최고의 연기자로 자리잡을 겁니다. 기대해 주세요."

눈물 젖은 빵의 의미를 아는 신승환.'스타'라는 좁은 문을 향해 달려가는 이 패기만만한 젊은이의 질주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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