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영화 관람료 할인 해프닝

중앙일보

입력

연말 극장가에 해프닝이 하나 있었다. 부산과 수원의 메가박스가 관람료 할인 이벤트를 벌이려다 이를 취소한 것이다. 메가박스는 '2천원을 돌려드립니다'라는 타이틀로 15일부터 한달간 관람료를 내리려 했으나 주변 극장의 반발과 배급사의 제동으로 이내 꼬리를 내렸다.

메가박스측은 "대형극장들이 행사 중단을 요구해왔고 이들의 압력을 받은 배급사마저 영화를 주지 않겠다고 전해왔다"며 억울해했다.

반면 할인 대상 중 하나였던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배급사인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측은 "할인은 시장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어 행사 중단을 요구했다"고 해명했다.

이 해프닝이 주목을 끄는 것은 복합상영관간의 힘겨루기 때문이다. 사실 메가박스측이 2천원 할인행사를 벌이려 한 것은 최근 늘어난 스크린만큼 관객이 들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가박스의 움직임에 제동을 건 주체도 다른 거대 복합상영관과 인근의 극장들로 전해진다.

이 사건은 최근 미국 영화계를 돌아보게 한다. 복합상영관이 잘 된다고 너도 나도 스크린 수를 늘렸다가 AMC.에드워드.리걸 시네마 등 상위 10개사가 파산 신청을 냈다. 당장 우리가 그럴 지경에 빠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강건너 불구경'으로 돌릴 수도 없다.

요즘 일부 지역의 신축 대형건물엔 경쟁이라도 하듯 극장이 들어서고 있지 않은가. 이미 극장계에선 과당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복합상영관이 한국영화 저변을 넓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확장하다간 기껏 조성된 영화계의 좋은 분위기를 망쳐놓을 수도 있다. 이제 영화계는 극장도 살고 영화도 사는 지혜를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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