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최고령 · 최연소 말띠 자원봉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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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령 말띠 봉사자 이태수씨

"젊은이들보다 기동력과 순발력은 좀 떨어지겠지만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월드컵을 훌륭하게 치러내는데 조그만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대회 자원봉사자 가운데 말띠생으로는 최고령인 이태수(71.서울 성북구 삼선동)씨는 대망의 임오(壬午)년 말띠해 월드컵을 맞이하는 감회를이렇게 나타냈다.

그는 이미 1년 반 전부터 서울시 산하 서울자원봉사센터에 소속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자원봉사를 해왔다.

하루에도 1천500여명의 내외국인들이 몰려들어 이들에게 영어 및 일본어 통역과 안내를 맡고 있는 그는 일주일 가운데 이 일을 하는 금요일이 가장 보람있는 날이라고 털어놨다.

"속설에 의하면 말띠 가운데도 6월생 말띠는 누구보다 몸이 고달픈 운명을 타고났다고 해요. 내가 바로 1930년 6월에 태어났는데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운명이려니 생각하고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좋은 일을 계속할 겁니다." 실제로 그는 지난 86년 아시안게임에서도 자원봉사로 활동했고 88년 올림픽 때는 당시 다니던 외국회사에 한달간 휴가를 내고 자원봉사를 펼치는 열성을 보이기도했다.

지금도 월드컵 자원봉사 이외에 그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 달려가 각종행사에서 사회자로서 봉사활동을 펼치는 등 일흔이 넘은 나이에 노익장을 과시하고있다.

한국전쟁 당시 공적이 인정돼 정부로부터 화랑무공훈장까지 받은 이씨는 "훈장을 받은 사람들의 모임인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에서 이사직을 맡아오다 지난 8월 그만두었다"며 "퇴직 후 몰두할 뭔가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기회가 찾아와 기쁠 따름"이라고 말했다.

◇ 최연소 말띠 자원봉사자 김현주씨
"세계적 행사인 월드컵이 우리나라에서 열리고 거기서 제가 자원봉사로 활동할수 있게 됐으니 2002년은 말띠인 저한테 최고의 해가 아닐까요?" 외국어서비스(영어) 부문 자원봉사자 김현주(23)씨는 현재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유럽지역연구를 전공하고 있는 재원(才媛). 축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 자원봉사를 신청하게 됐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최근 월드컵조직위원회에서 만든 자원봉사자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교육과정을 하나하나 이수하면서 축구와 월드컵 관련 지식을 쌓아나가는 것에 재미를 붙여가고 있다고. 또 방송과 신문 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과 기사를 여느 때보다도 주의깊게 살펴보는 것도 하루 일과 중의 하나가 됐다.

그의 영어 실력은 올초 한 국제회의에서 3일간 인턴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이미 어느 정도 검증된 셈. 게다가 학부 때는 독일어를 전공했고 얼마전에는 좀 더 공부하고 싶은 욕심에 독일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경험도 있다.

난해한 축구규칙을 설명하는 것이 다소 걱정된다는 김씨는 "월드컵까지 5개월정도 남았는데 앞으로 프로축구 경기도 자주 보고 대표팀 A매치경기 때도 경기장에 직접 찾아갈 생각"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최근에는 자원봉사자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가입, 친목도 도모하고 정보도 교환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하면서 월드컵이 하루빨리 개막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이봉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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