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8일 “북핵 문제 발생으로 인해 국방비 증액 등의 돌발적인 재정 소요 변수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인수위 국정기획분과 국정과제토론회에서다. 이에 따라 국방부 관계자는 19일 “아직 범위나 액수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박 당선인이 북핵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국방비 증액을 언급한 이상 이와 관련한 예산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발언에 따라 국방부에선 800㎞짜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예산 증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한·미 간에 미사일 사거리를 800㎞(현재 300㎞)로 늘리기로 합의함에 따라 탄도미사일은 가장 효과적 전력 증강 수단으로 꼽힌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도 지난달 초 “800㎞ 탄도미사일을 조기에 배치할 것”이라고 했었다. 국방부는 2015년 전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었으나 예산을 투입해 시기를 앞당기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탄도미사일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8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발됐다. 백곰이란 명칭이 붙은 이 미사일은 사거리 300㎞로 전방에서 쏘더라도 평양 인근을 타격할 수밖에 없었다. 박 당선인으로선 아버지가 처음으로 만든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늘린 새 미사일을 배치하는 의미가 있다. 탄도미사일은 순항미사일에 비해 탄두가 크고 속도가 빨라 조기에 대규모 피해를 줄 수 있는 무기다.
북한 핵을 감시하고 유사시 이에 대응할 수단을 갖추는 예산도 증액 대상으로 꼽힌다. 국방부는 2021년까지 북한의 군 동향을 집중 감시할 군사위성을 보유한다는 방침이었다. 올해 예산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나 독자적인 감시와 작전을 위해선 군사위성이 필수적인 만큼 이 분야에서도 예산을 증액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 미사일에 대한 ‘감시→분석→결심→타격’으로 이어지는 ‘킬 체인(kill chain)’ 구축 비용도 확대될 수 있다. 국방부는 2017년까지 이를 구축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북한 핵 문제가 현실화함에 따라 이 같은 계획을 앞당기기로 했다. 국방부 측은 “당장은 미국의 자산을 활용하겠지만 최대한 빨리 킬체인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라며 “예산을 집중투자한다면 예정보다 일찍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전투기(F-X) 도입 사업과 공중급유기 등 올해 예산에서 삭감된 부분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 말 F-X(1300억원), 대형공격헬기(500억원), 해상작전헬기(200억원) 등 전력증강비 4000억원을 삭감했었다.
정용수 기자